이병기 “떠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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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장 사의 표명 왜?

직접 운전해서 靑 떠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이임 인사를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직접 차량을 몰고 청와대를 떠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직접 운전해서 靑 떠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이임 인사를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직접 차량을 몰고 청와대를 떠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5일 교체가 발표된 뒤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일본 대사,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을 거친 이 전 실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수고들 많다”고 짧은 인사를 건넸다. 그러곤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생활이 답답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해보려다 안 된 것도 있지만 떠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느냐”며 입을 닫았다.

이 전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표면적 이유는 ‘건강상태 악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실장이 1년 3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치아가 3개나 빠졌고 건강검진에서도 여러 가지가 좋지 않은 신호가 있어 물러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보다는 업무에 대한 무력감과 비서실을 장악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전 실장은 4·13총선 전부터 사석에서 “총선까지가 내 역할”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는 주변에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에게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분위기 쇄신도 해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실장은 지난해 2월 ‘불통의 상징’처럼 비판을 받은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되며 ‘소통형 비서실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언론과 여야와의 관계를 활성화했고 비서실 장악을 위해 적극적이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면서도 야당과 비공식적 소통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완종 메모’에 이름이 오른 걸 계기로 전면에 나서 업무를 챙기는 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후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3인방’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이 전 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인사가 발표되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게 소통 확대 등을 건의하기도 했지만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진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전 실장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대통령비서실장#이병기#사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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