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치 따라 지방재정 극과 극… 교육-복지까지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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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지방소득세 개편 추진]커지는 지자체 빈부격차→ 상위 10곳이 전체 절반 차지… 1위 화성-꼴찌 울릉 1510배差
교육경비 연천 20억-수원 629억→ 가난한 곳 학교 지을 돈 없는데… 부자 지자체는 선심성 복지 남발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 수원시에 1775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있는 경기 화성시와 용인시도 이 회사로부터 각각 1680억 원, 850억 원을 거둬들였다. 정보기술(IT) 업체가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는 네이버로부터 100억 원,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스마일게이트로부터 74억 원을 걷었다.

이처럼 돈 잘 버는 기업을 끼고 있는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거액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거둬 전액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시군은 정부의 교부세만 바라보기 때문에 지자체 간 복지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가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道稅)로 전환해 그 일부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시군에 나눠 주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 법인지방소득세 절반이 ‘톱10’에 몰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공장의 전경. 삼성전자는 2015년 경기 수원, 용인, 화성시에 총 4305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냈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이 전액 사용할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동아일보DB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공장의 전경. 삼성전자는 2015년 경기 수원, 용인, 화성시에 총 4305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냈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이 전액 사용할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꼽혀 왔다. 동아일보DB
24일 행정자치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기업이 지자체에 내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지역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업이 연간 소득(매출―비용)의 1.0∼2.2%를 지자체에 내는 세금이다.

동아일보가 8개 도, 152개 시군의 법인지방소득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 세금을 많이 받는 상위 10개 시군의 세수(稅收)가 전체의 4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걷은 지자체는 경기 화성시였고 경기 수원시, 용인시, 성남시, 경북 구미시가 뒤를 이었다. 반면 경북 울릉군과 강원 양구군, 경북 영양군은 연간 3억 원이 안 됐다. 하위 10개 시군의 법인지방소득세 합은 39억 원에 그쳤다.

법인지방소득세 세수 1위와 꼴찌 지자체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2011년 경기 용인시와 경북 영양군의 격차는 639배였지만 지난해 경기 화성시와 경북 울릉군의 법인지방소득세 차이는 1510배로 벌어졌다.

○ 지자체 재정 격차, 주민서비스 차이로 직결

번듯한 기업이 없는 지자체는 세수가 부족해 교육이나 기본 인프라 투자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법인지방소득세가 넉넉히 걷히는 덕에 정부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기초 지자체는 전국에 6곳. 모두 경기도에 몰려 있다.

그러나 같은 경기도라도 연천군은 사정이 딴판이다. 군내 120개 기업이 있지만 임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업체는 단 한 곳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10명 이내의 영세 법인이다. 이에 따라 시군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교육경비 예산도 재정이 우수한 지자체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연천군의 교육경비 예산은 연간 20억 원으로 수원시(629억 원), 성남시(627억 원)의 약 3% 수준이다. 학교시설 투자가 줄어 학부모들이 주변 도시로 떠나다 보니 연천군 내 초등학교 15곳 중 13곳의 학생 수는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인 60명 아래로 떨어졌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유로나 경춘국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들어 교통 환경을 개선하려 해도 돈이 없어 20년째 ‘준비’만 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관내 기업들로부터 넉넉한 법인지방소득세를 받고 있는 지자체들은 주민 복지에 적극적이다. 화성시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 정부업무평가’에서 전국 1위에 선정됐다.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와 ‘지방생활보장위원회’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편 결과다. 성남시는 올 하반기부터 초등학생에게 치과 진료비를 주는 ‘초등학생 의료지원’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변변한 기업이 없는 지자체들은 서럽기만 하다. 법인지방소득세가 13억 원에 불과한 경기 양평군 관계자는 “성남, 광주와 가까운데도 상수원 보전구역 등 규제를 받다 보니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며 “기업이 없으니 다시 군 재정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 교부세 효율 높이는 효과 기대

정부는 특정 시군에 집중되는 법인지방소득세를 도가 관리해 가난한 지자체에 더 나눠 주면 정부가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교부세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돼 나라 전체의 살림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현재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의 19.24%를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로 나눠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33조 원을 적자 지자체에 같은 비율로 배분했다. 가령 A지자체가 1년에 100억 원이 필요한데 수입이 20억 원이라면 부족한 80억 원에 대해, 100억 원이 필요한 B지자체의 수입이 30억 원이라면 70억 원에 대해 같은 비율로 나눠 주는 식이다. 경북 영양군과 강원 양구군은 법인지방소득세로 3억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걷지만 정부 교부세는 약 1000억 원에 이른다.

따라서 부자 지자체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해 도 지역 내의 못사는 지자체로 내려보내면 지자체의 예산 부족분이 그만큼 줄게 되고 정부의 지방교부세 혜택도 전반적으로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정부가 재정조정제도와 함께 기업이 없는 도시에 대한 산학협력 프로그램 지원 등 기업유치 지원을 강화하면 지방 재정격차와 정부, 지자체 갈등을 함께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황태호·김민 기자
#법인지방소득세#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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