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떼가면 사업 차질 지방자치 역행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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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지방소득세 개편 추진]부자 지자체들은 반발… 화성시 2015년기준 1511억 道稅내야

정부는 22일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해 시군세(市郡稅)인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道稅)로 전환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경기도에 몰려 있는 ‘부자 지자체’들은 세수의 절반가량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시군세를 잃게 되는 곳도 있다.

경기 성남시 관계자는 “기업 유치의 과실(果實)을 기초지자체가 다 차지했다는 건데, 기업 단지를 개발하면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 등에 대한 취득세는 이미 다 도세로 들어갔다”며 “각종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이 들어가는 마당에 소득세까지 떼어 가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를 고스란히 복지 등에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해당 기업 때문에 재정 수요가 발생하는 도로나 환경오염 대책 등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의 지방 재정 개혁은 명백한 지방자치 탄압이자, 지방자치를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화성시는 정부의 방침대로 지방세기본법이 개정되면 지난해 기준 3023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 가운데 1511억 원을 도세로 내야 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매년 법인세가 많이 걷히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의 실적에 따라 세수는 들쭉날쭉 격차가 크다”며 “소득이 높아질수록 도세 전환 규모가 커지면 시가 계획하는 각종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 재정력의 격차가 나는 주요 원인인 기업의 입지가 국가 또는 도 차원의 전략에서 정해진 만큼 그 혜택도 고루 나눠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예컨대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경우 2004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조성 사업 협약을 맺는 등 대부분의 과정을 성남시가 아닌 경기도가 맡았다. 5조2705억 원에 이르는 테크노밸리 조성 예산도 국가와 도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선 기업들이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오롯이 성남시가 차지하고 있다.

기업 유치가 어려운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법인 세수가 적은 지자체들은 도서, 산간 지역이거나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보호구역 등의 규제로 묶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기업이 없는 지자체는 해당 지자체의 투자 유치 노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국가 기능에 필요한 규제를 받는 탓이 크다”며 “따라서 기업 입지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력과 행정 서비스 수준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송충현 기자
#법인지방소득세#개편#부자지자체#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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