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해 싸우는 시민 군대는 전체주의 군대에 승리할 수밖에 없다. 2500년 전 한 줌의 그리스군이 페르시아의 대군을 격파한 뒤 탄생한 명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이 명제는 다시 등장했고, 또 한번 영예를 얻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페르시아군의 패인은 부실했던 전쟁 준비와 전쟁 수행 능력 때문이었다. 2차대전에서 미국은 안전한 후방지대에서 가동한 세계 최강의 산업력으로 서방과 소련을 지원했다. 그것도 자유가 만든 국가 시스템의 덕분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만약 자유국가에 그런 산업력과 모두의 자유를 위한 의지와 투지가 없다면, 내게는 불편한 타인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감각적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받드는 ‘자유인’들만 가득한 국가라면, 그 자유인들의 군대가 전체주의 군대에 승리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전체주의 국가의 군대가 창의 없는 전술, 목적 달성을 위해 효율을 무시하는 명령 체계, 응용력과 융통성이 없는 로봇 같은 병사들로 채워져 있다고 하더라도, 무기도 없고 능력도 없는 자유인 연합에 패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서 우크라이나에 전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요충지 포크로우스크가 러시아에 거의 넘어갔다. 러시아가 3주면 함락할 수 있다던 도시를 20개월이나 지켰지만, 장기전과 물량 앞에 장사는 없다. 지금 미국은 거의 손을 놓았고, 유럽 국가는 군대도 없고 돈도 없고 국민은 분열돼 있으며 자유는 사랑하지만 자유를 위해 희생할 자세는 전혀 안 된 자유인들이 너무 많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앞에는 다시 자유와 전체주의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자유 진영에 매우 불리하다. 시민의 자유정신은 고대 그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성과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풍요와 안락함이 주는 비만의 늪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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