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생태계 바꾸는 디비전 리그] 〈상〉 동호인농구 통합 ‘K-디비전’
수준별 D3~D5리그 나눠 경기
개인-팀 기록 체계적으로 관리… 선출-비선출 함께 뛰며 구슬땀
동호인 최상위 D3, 내년 풀리그로
통합 승강제 가능성 첫 시험대… 프로서 기회 잃은 선수엔 기회의 장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체육관에서 업템포(흰색 유니폼)-아울스(검정 유니폼)의 2025 D3 서울 챔피언십 농구 디비전 리그 결승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배구, 하키, 핸드볼과 함께 농구에도 디비전 리그를 도입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점수 차이가 얼마가 나든 여기서는 절대 슬렁슬렁 뛰는 법이 없어요.”
이용진 서울시농구협회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체육관에서 업템포와 아울스가 맞붙은 2025 D3 서울 챔피언십 농구 디비전 리그 결승전을 지켜보다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업템포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갔다. 업템포는 전반전을 48-11로 앞선 채 끝냈고, 3쿼터 종료 시점에는 76-24로 차이를 벌렸다. 업템포가 97-41로 승리하면서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아울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했다. 농구에 대한 열정과는 별개로 디비전 시스템에서는 모든 선수의 개인 기록도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영상이 남는 경기도 적지 않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 K-디비전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올해부터 ‘K-디비전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산재한 동호인 농구 대회를 통합 관리하기 시작했다. K-디비전은 프로리그를 D1, 프로 2군 리그를 D2, 동호인 농구를 D3∼D5 및 독립리그로 분류한다. 요컨대 D3 리그는 취미로 농구를 즐기는 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최상위 레벨이다. D3 리그 경기 때는 엘리트 선수 출신(선출)도 한 번에 두 명까지 코트를 밟을 수 있다.
업템포의 방덕원(37)과 김현준(22)이 ‘선출’이다. 키 207cm인 센터 방덕원은 2011∼2012 프로농구(KBL) 신인드래프트 때 전체 14순위로 KT에서 지명을 받았다. 이날 16득점, 7리바운드에 도움과 가로채기 각 5개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가드 김현준도 서울 삼선초-삼선중-경복고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선출이 아닌 동호인들도 디비전 리그에 참가하려면 선수 등록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 디비전 시스템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탠 김수빈 서울시농구협회 부회장은 “시작은 모든 동네 농구인까지 다 선수로 등록해 관리하자는 것이었다”며 “올해 D3 서울 농구 디비전 리그 겸 서울시장배 대회는 16강부터 프로농구 SK 안방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렀다. 참가 선수들은 프로 경기장에서 뛰는 경험을 얻을 수 있어 뜻깊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및 팀 기록 역시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정준호 업템포 플레잉코치(43)는 “요즘 선수들이 정말 부럽다. 우리가 한창 뛸 때는 기록 관리가 제대로 안 됐는데 디비전 체제에서는 협회가 매 대회 세부 기록까지 홈페이지에 올려준다. 웬만한 경기는 다 유튜브에 영상도 남는다”며 웃었다.
● 디비전 리그 통한 승강제 구축
문화체육관광부는 ‘생활체육 저변을 넓히겠다’는 목표로 2017년 디비전 리그를 도입했다. 토너먼트 방식 대회에서는 비(非)엘리트 선수들이 중심인 팀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리그제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는 동시에 ‘상위 리그로 올라가고 싶다’는 목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디비전 리그다.
농구 디비전 리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배구, 하키, 핸드볼과 함께 올해부터 디비전 리그를 시작했다. 문체부는 올해 디비전 리그 신설·운영 예산으로 약 245억 원을 투입했다.
농구는 일단 올해는 조별리그를 거친 토너먼트 방식 7개 대회에 D3 리그라는 이름을 붙여 시즌을 치렀다. 내년부터 D3 리그는 12개 팀이 참가하는 풀 리그를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협회는 D3를 완전한 풀리그로 치르며 향후 승강제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방침이다.
이 수석부회장은 “D3 리그가 체계적으로 운영돼 자리를 잡으면 프로에서 기회를 잃은 선수들이 재도전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시즌 KBL 신인드래프트에 동호인 자격으로 참가해 프로농구 역사상 첫 ‘비선출’ 지명자가 된 정성조(25·삼성)의 존재는 향후 프로 레벨을 포함한 승강제 구축이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정성조는 이날 패한 아울스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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