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김종인 대표 추대할수도”… 86그룹 “그런식 절대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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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응답없는 정치권/더민주]당권 놓고 본격 힘겨루기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합의 추대’ 가능성이 힘을 받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 내에서도 “합의 추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경제’와 ‘단합’ 명분으로 추대 가능성

김 대표를 둘러싼 합의 추대론의 배경에는 ‘경제’와 ‘단합’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4·13총선에서 김 대표가 일관되게 주도한 ‘경제 심판론’을 통해 수도권 압승을 거뒀다는 점은 당내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압승의 이유가 단 하나는 아니겠지만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김 대표의 전략이 먹힌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내년 대선도 경제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김 대표를 계속해서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추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일 열린 당선자 대회에서도 당선자들은 하나같이 “싸우지 말고 단결하자”고 했다. 오제세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는 우리끼리 좀 싸우지 말고, 계파 다 버리고 집권까지 당을 위해 팀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이에 한 당직자는 “당 대표 경선이 치러지면 ‘집안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전당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재차 ‘당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자’는 추대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합의 추대를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공식적으로는 추대론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와 ‘단합’만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적극적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며 향후 정국을 ‘경제 정국’으로 이끌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연일 “당이 분열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안 부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첫 번째 변수, ‘당권 도전자’

하지만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86그룹의 이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구성될 지도부를 추대와 같은 방식으로 특정인을 만드는 방식은 절대 시도돼서는 안 된다”며 “누구든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진표, 송영길 당선자 등이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범친노 진영의 정세균 후보는 가장 강력한 후보자로 꼽혔지만 정 의원 측 인사는 “고심 끝에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 후보 중 강력한 인물이 없다면 경선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전당대회가 임박해 “마땅한 인사가 없으니 경선으로 싸우지 말고 추대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송 당선자는 “추대론은 ‘제2의 셀프 공천’으로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반발하며 이미 경선 캠프 구성에 착수한 상태다.

○ 두 번째 변수, ‘文心’

또 다른 변수는 문재인 전 대표의 태도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김 대표의 ‘당무 거부’ 파문 당시 “김 대표는 대선까지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자신에게 당 대표직을 제안할 당시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역할이 꼭 당 대표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당 대표 결정 과정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을 것”이라는 태도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백의종군 신분인 문 전 대표가 당 대표 결정 과정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합의 추대도 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최재성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추대도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경쟁”이라며 “지금 단합하면 엄청난 지지가 오고 대선도 이긴다”고 했다. ‘원조 친노’인 부산의 최인호 당선자도 “지금 전당대회를 우선시하고 있는 듯한 말이 나오지만 총선 때 공약한 대로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며 “계파스러운 발언 때문에 당의 단합을 해치는 모습을 보이면 금방 신뢰를 잃는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친노#김종인#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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