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합의 추대’ 가능성이 힘을 받고 있다. 차기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 내에서도 “합의 추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경제’와 ‘단합’ 명분으로 추대 가능성
김 대표를 둘러싼 합의 추대론의 배경에는 ‘경제’와 ‘단합’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4·13총선에서 김 대표가 일관되게 주도한 ‘경제 심판론’을 통해 수도권 압승을 거뒀다는 점은 당내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압승의 이유가 단 하나는 아니겠지만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김 대표의 전략이 먹힌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내년 대선도 경제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김 대표를 계속해서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추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일 열린 당선자 대회에서도 당선자들은 하나같이 “싸우지 말고 단결하자”고 했다. 오제세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는 우리끼리 좀 싸우지 말고, 계파 다 버리고 집권까지 당을 위해 팀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이에 한 당직자는 “당 대표 경선이 치러지면 ‘집안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전당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재차 ‘당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자’는 추대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합의 추대를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공식적으로는 추대론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와 ‘단합’만을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적극적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며 향후 정국을 ‘경제 정국’으로 이끌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연일 “당이 분열했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안 부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첫 번째 변수, ‘당권 도전자’
하지만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86그룹의 이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구성될 지도부를 추대와 같은 방식으로 특정인을 만드는 방식은 절대 시도돼서는 안 된다”며 “누구든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진표, 송영길 당선자 등이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범친노 진영의 정세균 후보는 가장 강력한 후보자로 꼽혔지만 정 의원 측 인사는 “고심 끝에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 후보 중 강력한 인물이 없다면 경선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전당대회가 임박해 “마땅한 인사가 없으니 경선으로 싸우지 말고 추대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송 당선자는 “추대론은 ‘제2의 셀프 공천’으로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반발하며 이미 경선 캠프 구성에 착수한 상태다.
○ 두 번째 변수, ‘文心’
또 다른 변수는 문재인 전 대표의 태도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김 대표의 ‘당무 거부’ 파문 당시 “김 대표는 대선까지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자신에게 당 대표직을 제안할 당시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역할이 꼭 당 대표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당 대표 결정 과정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을 것”이라는 태도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백의종군 신분인 문 전 대표가 당 대표 결정 과정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합의 추대도 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최재성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추대도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경쟁”이라며 “지금 단합하면 엄청난 지지가 오고 대선도 이긴다”고 했다. ‘원조 친노’인 부산의 최인호 당선자도 “지금 전당대회를 우선시하고 있는 듯한 말이 나오지만 총선 때 공약한 대로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며 “계파스러운 발언 때문에 당의 단합을 해치는 모습을 보이면 금방 신뢰를 잃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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