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길호]더민주 당선자들 반쪽짜리 ‘민생 다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표심 응답없는 정치권/더민주]

차길호·정치부
차길호·정치부
“특강을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최측근 ‘경제통’인 최운열 당선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총선 당선자 대회에서 경제 특강을 위해 단상에 올라 처음 꺼낸 얘기다. 당선자 소개가 끝난 뒤 참석자 108명 가운데 절반이 이미 어수선하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당의 총선 공약의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준비한 강연 말미까지 자리를 지킨 당선자는 55명에 불과했다. 최 당선자는 6쪽에 이르는 강연록을 준비했지만 강연은 9분 만에 끝났다. 20대 국회에서 당이 추진해야 할 법안도 6개나 담아왔지만 단 하나만 소개했을 뿐이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여든 당선자들은 생환의 기쁨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서로 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더민주당의 승리는 정권 심판에 대한 반사이익일 뿐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라는 자성을 떠올리는 듯했다.

당선자 소개의 화두는 단연 민생을 향한 겸손이었다. 경기 수원무의 김진표 당선자는 “우리가 정당투표에서 제3당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고 겸손한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경기 광명을 이언주 당선자도 “승리에 도취해 내부 권력에 눈이 어두워지는 순간 바로 추락한다”고 했다. 원혜영 당선자(경기 부천오정)도 “대선 집권을 이룰 요체는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이라고 했다.

내부 단속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경기 양주의 정성호 당선자는 “초선 의원들이 기백을 편다고 말씀하시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협 당선자(경기 부천원미갑)도 “당내 이견이 외부로 표출되기 전에 내부에서 조율하는 절차를 거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행사를 1시간가량 지연시키면서까지 이어진 당선자 소회가 끝난 뒤 ‘민생경제 특강’이 시작되자 당선자 절반은 이미 강연장을 뜨고 없었다. 민생을 챙기겠다는 7대 약속을 담은 당선자 결의문을 낭독할 때도 반쪽짜리 다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총선이 끝난 지 고작 한 주가 지난 뒤였다. 박병석 당선자(대전 서갑)는 이날 “정치인은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바다는 배를 순항시키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고 했다. 더민주당에 제1당을 안겨준 민심은 정치인들의 ‘초심’을 항상 기억하고 언제든지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차길호·정치부 kilo@donga.com
#더민주#당선자#김종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