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유성열]‘폴리니스트’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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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폴리유니언(정치노조·Poliunion).’ 정치(Politics)와 노동조합(Union)의 합성어로, 선거철마다 비례대표나 공천을 요구하는 노조의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폴리유니언 조합원(Unionist)이 정치권에 진출하면 ‘폴리니스트’가 된다. 폴리니스트도 특정 계파의 거두나 실세가 될 수 있다. 큰 욕심이 없다면 4년간 누릴 수 있는 특혜를 다 누리고, 노조로 돌아와도 된다. 폴리페서처럼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초선 폴리니스트가 대거 탄생할 예정이다. 임이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여성위원장과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3, 4번에 배정됐다. 장석춘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을, 이용득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2번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서민을 위한 정치를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앞서 정치권에 몸을 담은 폴리니스트들의 행적을 보면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친박계의 실세로 한국노총 금융노조 출신인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청와대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측근으로 ‘비박계 학살’ 속에서도 지역구 공천을 받아 3선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현 수석과 김 의원 모두 그동안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노동개혁이나 일자리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폴리니스트로서 역량을 보여주기보다는 계파 정치에만 골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폴리니스트도 철새처럼 정당을 옮겨 다니기도 한다.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한국노총 위원장이던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지 못하자 2011년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서는 노동계 지분이 적어지자 탈당을 암시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노동 철새’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특히 앞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해놓고, 뒤에서는 금배지를 달라고 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한국노총 상임임원 2명(이병균 사무총장, 김주익 수석부위원장)의 경우처럼 낯 뜨거운 일까지 벌어졌다. 김동만 현 위원장은 임기 중 총선 불출마를 약속했고, 지난해에는 상임임원의 정치권 진출을 제한하는 규약도 마련했다. 그러자 이들은 사표까지 내고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규약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폴리니스트의 민낯이 이렇다. 정치권이 폴리니스트를 영입하는 것은 노조 조직 표를 포섭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서민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기존 폴리니스트들의 활동을 보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져 계파정치에 몰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민은 계파에 줄을 대거나 특혜만 누리는 폴리니스트를 원하지 않는다. 20대 국회에서는 10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인 청년과 600만 명을 넘긴 비정규직을 날마다 생각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의무를 잊지 않는 폴리니스트가 단 1명이라도 나오길 기대한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폴리니스트#정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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