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김정은 해외 비자금계좌 동결… 유엔 제재 빈틈 메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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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대북제재 3월 셋째주부터 시행
2005년 BDA방식 돈줄 차단… 北 도운 제3자 제재 근거도 명시
중국인-단체 제외돼 실효성 논란… 英도 독자제재 추가 리스트 공개

미국이 조만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권부 핵심 인사들의 해외 비자금 계좌를 동결·몰수키로 한 것은 달러 부족에 직면한 북한 체제의 최대 약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유지 자체에 위기를 불러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의 선봉에 서게 될 미 재무부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그와 가족, 측근들의 해외 비밀계좌를 추적해 왔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좌들에 대한 ‘실력 행사’를 통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김정일 비자금 계좌 동결 당시처럼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포위하겠다는 것이다.

금주 중 방안이 마무리될 행정명령은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법안의 시행령 성격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북한 정부 및 노동당 소속 단체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재원 이전을 금지하도록 한 유엔 결의안 2270호의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결의안의 금융제재 관련 조항에는 ‘WMD와 관련된 정황과 정보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이는 당시 유엔 결의안 초안 작성 과정에서 중국의 요청에 따라 삽입돼 결과적으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은 다자 제재 틀인 유엔 결의안에 있는 구멍을 독자 제재로 메워 북한 최고지도부로의 외화 반입을 사실상 모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미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한 자를 도운 제3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행정명령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겨온 유엔 회원국들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3자 제재 규정에서 중국인과 중국 단체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면서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미 정부의 전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 상당액이 중국 은행에 은닉됐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 대외 거래의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제재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한편 영국 정부도 8일 재무부 관보를 통해 유엔 결의안을 반영한 금융제재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개인 15명과 기관·기업 5개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영국의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은 개인 총 48명과 기관·기업 41개로 늘었다.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 /파리=전승훈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김정은#대북제재#비자금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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