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의 시장과 자유]국민연금이 김종인 안철수 주머닛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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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권순활 논설위원
국민연금 가입자는 2159만 명을 넘는다. 북한 동포를 제외한 5000만 한국인의 절반에 육박한다. 순자산도 512조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만큼 많은 국민의 직접적 이해가 걸린 제도는 드물다.

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에 노후 경제 문제는 큰 관심사다.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 대상자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민의 1차적 버팀목이 국민연금이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의 3층 구조’를 갖추면 더 좋겠지만 국민연금이라도 없었다면 정말 막막한 심정일 국민이 많을 것이다. 국민연금 시행 첫해인 1988년부터 매달 봉급에서 연금보험료를 원천징수로 납부한 필자도 요즘 국민연금의 무게를 새삼 절감한다.

2200만 가입자 노후 버팀목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27년간 국민연금기금 연평균 운용수익률은 6%를 넘는다. 금리가 급락한 작년에도 4.57%의 괜찮은 수익률을 냈다. 비판도 적지 않지만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수익성과 안정성 면에서 지금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기금에서 매년 10조 원씩 떼어내 10년간 총 100조 원을 임대주택과 보육시설에 투자한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서민 주택 문제와 보육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연금 구조를 안정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도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컴백홈법’을 창당 1호 법안으로 내놓았다. 두 야당 사이에 국민연금을 복지재원으로 돌리는 경쟁이라도 붙은 양상이다.

찬성론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발행하는 공공투자용 채권을 국민연금기금이 사들이면 원금과 약정이자가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리 2%짜리 국채 발행도 힘든 저금리 시대에 기금에 떠넘기는 특별채권 금리가 기존의 수익률과 비슷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더민주당 공약대로라면 국가채무도 100조 원이 추가로 늘어난다.

국민연금기금은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갹출한 강제저축 성격을 지닌다. 직장인들이 때로 생돈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면서도 감내하는 것은 그렇게 적립된 돈이 나중에 내게 불입액 이상의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재호 인천대 석좌교수는 “국민의 노후 버팀목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최대한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내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은 ‘정치인들의 주머닛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거의 계절에 정치권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특정 유권자들의 표를 겨냥해 국민연금의 기반을 흔들겠다는 발상은 국가예산을 동원하는 선심정책과는 또 차원이 다른 민감한 사안이다. 임대주택용 채권 매입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 하락하면 22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들의 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위험성이 높다. 야당에 호의적인 유권자들이라도 자신의 연금이 감소할 이런 공약까지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低수익 임대주택투자 안 된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으로 수익성이 낮은 공공투자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삼성증권에 돈을 맡겼더니 증권사 직원이 그 돈으로 자기 마음대로 기부를 해놓고는 ‘어차피 그 정도는 좋은 목적에 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하는 상황과 비슷하다”라고 꼬집었다. 어느 페이스북 이용자의 비판은 훨씬 신랄하다. “국민연금 수익 늘려서 연금자들에게 돌아가게 해야지 왜 엉뚱한 곳에 선심 쓰는가. 그 돈이 네 돈인가. 아내가 벌어들인 생활비를 뜯어내 내연녀에게 집 사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국민연금#국민연금기금#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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