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의 시장과 자유]박병호 김현수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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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권순활 논설위원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의 KBO 리그는 다음 달 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대장정에 들어간다. 한국 선수들이 대거 진출해 어느 해보다 관심이 높아진 미국 메이저리그는 4월 3일(현지 시간) 개막한다.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도 프로야구는 팬이 가장 많은 ‘국민 스포츠’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 외에 TV와 신문을 통한 시청자와 독자의 호응도 뜨겁다. 팬 구성은 전 연령대에 걸쳐 있다. 젊은 여성 팬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 리그도 전력 평준화로 순위 싸움이 볼만하지만 특히 올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 빅 리그를 경험한 류현진 강정호 추신수 외에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이대호 등 KBO 리그 출신 스타 플레이어 4명이 새로 메이저리그에 선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어제 “한국 출신 선수들이 쿠바인들처럼 메이저리그를 맹폭(猛爆)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상 높아진 한국 프로야구

민훈기 MBC 야구해설위원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선수들을 잇달아 영입한 것은 투수 류현진과 타자 강정호의 활약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재평가한 데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수 노모 히데오가 LA다저스 입단 첫해인 1995년 돌풍을 일으킨 뒤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행(行)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효과다. 우리 국가대표 야구팀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국력, 특히 경제력이 커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TV 중계권료와 한국 기업들이 구장에 부착하는 광고판 수입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 한국 스타들이 뛰는 팀의 관중 중에는 재미교포와 유학생도 많다.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게임을 직접 보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여행상품도 늘어났다. 국가 위상이 높아져야 그 나라 국민이 지구촌에서 대접받는 ‘여권(旅券)의 힘’은 스포츠 분야도 다르지 않다.

국내 리그에서 스타들이 대거 빠진 공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새로운 젊은 스타 육성과 팬 마케팅으로 인기를 유지할 각 구단의 책무가 무겁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빅 리그에서 성공하고 선진야구를 몸에 익힌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처럼 갈등이 많은 나라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국민적 통합과 일체감은 경기 외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이다. 일각에서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주의’ 운운하며 비꼬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교민사회가 느끼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는 국내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다고 한다.
한국, 세계를 무대로 경쟁해야

나는 1990년대 초반 러시아 하바롭스크 출장길에서 만난 종합상사의 30대 ‘1인 지사장’을 지금도 기억한다. 낯설고 물선 외국 땅에서 ‘수출 한국의 역군’으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세기 후반부터 몇십 년간 한국인들이 역사상 전례가 드물게 중국에 기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전략을 택해 성공한 정부, 기업, 국민의 노력 덕분이었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부존자원의 한국이 살 길은 눈을 밖으로 돌려 미래를 개척하는 것 외에는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호(號)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우울한 현실에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미국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해 세계를 승부처 삼아 도전하는 패기를 국민에게 일깨워줬으면 좋겠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박병호#김현수#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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