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DJ는 개성공단 중단 찬성했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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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진당 연대 이끈 백낙청
“정부, 개성공단 자금 자해성 주장… 야당 왜 수수방관하나” 비판
문재인 왜 나섰는지 알겠다… 軍 목표는 평화통일이라고?
햇볕정책이 주체사상쯤 되나… 南보다 北중시 이념 징그럽다

김순덕 논설실장
김순덕 논설실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돌아왔다. 2012년 “총선에서 이겨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끌어냈던 그가 이번엔 두 야당을 준열히 나무랐다. 원탁회의는 아니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명의로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지난주 내놓은 거다.

“북한은 핵개발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한반도 위기를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시작한 성명서에서 북에 대한 언급은 딱 한 줄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대북정책 실패하고도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자해성 주장까지 내놨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의 강경 정책을 “비난만 할 수 없다”느니 ‘북한 궤멸’ 같은 말이 나온다며 야당으로서 정체성마저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현 상황을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 간의 충돌’로 본다는 백낙청의 시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상식인지, 같은 하늘 아니 같은 북핵을 이고 살면서도 생각이 이처럼 다른 데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왜곡 허위 주장을 남발하는데도 야당들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니, 정부가 평화를 뒤흔드는 비상식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고 정부를 비판했던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와 참 비슷하다.

왜 한 달 전 물러났던 문재인이 “다른 현안은 몰라도 개성공단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나섰는지 이제 알겠다. 지난 대선에서 백낙청 원탁회의 덕분에 야권 단일 후보가 된 사람이 문재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햇볕정책의 계승자이자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는 야당의 진정한 대표라고 믿는 모양이다. 지난주엔 국회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따지기까지 했다. “개성공단은 최고의 안보 수단이다. 북한과 평화통일 이뤄내는 게 우리 군의 목표가 아니냐.” 군의 목표가 평화통일이면 북에서 핵과 미사일을 쏴도 우리 군은 평화롭게 항복해서 통일만 이뤄내면 된단 말인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인척으로 ‘DJ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던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DJ가 살아 있다면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찬성했을 것”이라고 방송에서 말했다. DJ가 남북 평화 공존을 주장한 것은 남북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들 때문이었지, 평화주의자나 통일지상주의자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에선 개성공단이 햇볕정책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무슨 소리냐”는 질문에 그는 “야당에서 DJ 공부했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 말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노무현 모른다. DJ는 안다.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DJ 같으면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했는데 1년 뒤 노무현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북한 가서 김정일과 회담하는 일 절대 안 했을 것이다. 북에선 지금 기다리고 있겠지. 노무현의 아바타가 또 와서 악수하고 돈도 퍼주기를.”

지금 세상에 없는 DJ에게 확인할 순 없다. 하지만 야권에서 ‘민주정부 10년’이라고 하는 것과 달리 DJ와 노무현은 특히 대북정책에서 달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DJ는 남북관계가 잘되려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노무현은 “반미(反美)면 어때”였다. “북한 붕괴를 막는 것이 한국 정부의 매우 중요한 전략”이고 북한 김정일 앞에서 “북핵 문제에서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웠고 국제무대에서 변호해 왔다”고 했다는 말은 지금 다시 봐도 놀랍다. “노무현은 통일 이후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야 한다거나 하는 소모적 체제논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탄훙메이 중국 지린(吉林) 성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소 부소장의 논문도 있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 정치나 정책도 변해야 옳다. 박 대통령은 야권에선 햇볕정책이라고 하고, 스스로는 1972년 아버지의 7·4공동성명을 잇는 것으로 믿었을 대북 포용정책을 마침내 버렸다. 나라만 생각했을 것이고, 적어도 안보에 있어서는 다수 국민이 보수다.

노무현의 친구이든 아바타든 문재인은 개성공단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나았다. 아무리 ‘안보 정당’을 외쳐도 그의 대북관을 더는 감출 수 없다. 낡은 진보는 친노(친노무현)가 아니라 문재인 자신이었다. 한동안 잊었던 종북 논란을 다시 보고 싶진 않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
#백낙청#북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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