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야권과 공천 내홍을 겪고 있는 여당이 일제히 ‘경제’로 전선을 옮겨가고 있다. 여당은 임금 격차 해소를, 야권은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내세우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임금 격차 해소를 이번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안보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결국 경제가 선거 판세를 가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대기업 대비 60% 수준인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논의하고 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런 관행을 뿌리 뽑을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고 있다.
당 내부 강연에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이날 또다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개혁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대전시당 개소식에서 “30년 동안 똑같은 얘기만 하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고 사는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지금까지 성공적이라고 자랑하는 경제 발전과 정치민주화도 잘못되면 수포로 돌아가는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했다. 입당 이후 줄곧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당 총선 공약 비전 발표회에서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당은 총선 공약 3대 비전으로 ‘더불어 성장, 불평등 해소, 안전한 사회’를 발표했다. 세부 공약은 22일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안보-경제 모두 중도 노선으로 양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이며 점진적인 통일”이라며 “급격한 변화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를 계승하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로 편을 가르는 이분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는 산업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김 대표의 재벌 개혁론과는 거리가 있었다. 안 대표는 “현 재벌 체제는 글로벌 수준의 전문 대기업들로 재편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국가적 연구개발 구조 개편을 통해 ‘독일식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의 질적 변화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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