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경고→협박… 사드 반대 환추시보 ‘치밀한 시나리오’

  • 동아일보

[韓美, 北-中 전방위 압박]
전쟁 가능성 등 거론하며 수위변화… 中정부 입장발표 앞서 여론전 활용
對北 비난 수위도 함께 높여가지만, 양비론 아닌 물타기 보도 성격 짙어

“공산당의 입(대변지)이 남북 모두에 점점 노골적이고 거칠어져 간다.”

‘중국의 안팎을 보는 창(窓)’으로 알려진 관영 환추(環球)시보(발행 부수 240만 부)의 사설을 두고 요즘 베이징(北京) 소식통들이 하는 말이다. 환추시보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 이후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를 본격 검토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환추시보 사설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번갈아가며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을 대변해 왔다. 대체로 사설이 한두 발짝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이 신문의 사설은 사드 배치를 검토하는 한미 양국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낸 데 이어 최근에는 급기야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환추시보는 17일 사설에서 “미국과 한국이 38선을 넘어 전면적인 군사행동을 보이면 중국은 군사적 개입의 위험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하루 전 사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 누군가가 중국의 다리까지 물에 잠기게 하면 그 누군가는 목까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연이어 한반도에 집결하는 상황에 맞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환추시보 사설의 경고 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맞춰 외교부 대변인도 반대의 뜻을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17일 정례 브리핑에선 한미를 향해 사드 배치 계획의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주목할 점은 환추시보의 사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논조도 강해지고 있는 점이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발표한 직후엔 “대가를 치를 것”(2월 4일)이라고 경고했지만 10여 일이 지난 15일 사설에선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제재 동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남북에 대해 비슷한 흐름으로 강경해지는 것에 대해 “양비론(兩非論)이라기보다 물타기 보도”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비판을 하고 있는 만큼 사드에 대한 비판도 정당하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주려 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런 접근법은 ‘북한 도발과 사드 배치’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판 자매지인 환추시보는 기사와 사설로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뒷받침한다. 당국의 사전 검열도 거치는 만큼 중국 정부의 뜻과 어긋나게 보도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중국 정부가 특정 정책에 대한 국내외 여론 반응을 넌지시 떠보기 위해 환추시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국방#사드#북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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