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자동개시 ‘신해철법’ 국회 복지위 통과…의협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21시 40분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 했을 때 의료인의 거부와 상관없이 조정이 자동 개시되는 내용의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의료사고 분쟁조정 제도는 신청인인 환자 측 뿐 아니라 피신청인인 병원 측의 동의가 있어야 조정이 개시돼 제도의 실효성에 논란이 제기돼왔다.

이 법안을 발의한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상황을 교통사고로 비교하면 피해자가 경찰을 불러도 가해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조정자가 출동조차 하지 않는 상황 이었다”라며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답답한 현실이 개선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복지위는 다만, 모든 의료사고를 대상으로 할 경우 자동 조정이 남발될 것을 방지하고자 ‘사망’ 혹은 ‘사망이나 중상해’의 경우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상해의 정의 및 범위는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신해철법 국회 복지위 통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보도 자료를 내고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 의결은 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졸속 심의”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의료분쟁 자동개시가 실시될 경우, 의료인의 소신진료가 저해되고, 부분별한 의료분쟁으로 인한 피해도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협의 반발에 대해 환자 단체들은 직능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현재 의료사고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민사소송이 최후의 수단인데, 정보 부족으로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차단돼있다”며 “자동개시의 대상을 사망이나 중상해로 제한한 만큼, 의사 단체들이 이번 만큼은 받아들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복지위는 최근 C형 간염 집단 감염사태로 불거진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의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6년 이하의 징역 및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의료기관도 최대 폐쇄가 가능해진다.

이 법안들은 1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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