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 요동치는 호남… PK선 여야대표 자존심 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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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4·13 총선]
내부경쟁 치열한 여야 텃밭 TK와 호남

역대 총선에서 이렇게 여야의 ‘안방’ 지역이 주목받은 적이 있었을까. 새누리당의 TK(대구 경북)와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을 두고 하는 얘기다. TK는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진실한 사람 선택” 발언 이후 ‘현역 의원 물갈이’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호남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13총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15일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나란히 대구 수성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들이 맞붙을 대구 수성갑은 내년 총선의 최대 빅매치 지역 중 하나. 경북고, 서울대 선후배인 두 사람은 정치생명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쳐야 한다.

하지만 여권 내 관심은 오히려 본선보다 ‘유승민계’와 ‘진실한 사람들’ 간 경선 경쟁에 쏠리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대구 동을)와 가까운 김희국(중-남) 김상훈(서) 이종진 의원(달성)의 지역구에는 각각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윤두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도전장을 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조직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의 본격적인 경선 경쟁에 돌입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바로 옆 지역구인 동갑에서는 류성걸 의원에 맞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경북에서는 5선을 노리는 이병석 의원(포항 북)에 맞서 백승주 전 포항시장이 도전장을 냈다. 경주는 정수성 의원과 정종복 전 의원,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간 3파전이 예상된다. 정희수 의원에 맞서 최기문 전 경찰청장, 이만희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이 출사표를 낸 영천도 관심 지역이다.

호남은 혼돈 그 자체다.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세력, 천정배 ‘국민회의’가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정면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 야권 인사는 “솔직히 어느 당에서 공천을 받아 어느 지역구에 나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광주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국민회의 천 의원의 광주 서을. 새정치연합에서는 올해 4·29보궐선거에서 천 의원에게 패한 조영택 전 의원과 김하중 전 당 법률위원장,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이 거론된다.

전남 목포의 박지원 의원은 정의당 서기호 의원, 국민회의 측 유선호 전 의원, 새정치연합 배종호 전 KBS 뉴욕특파원의 도전을 받는다. 순천-곡성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 서갑원 전 의원,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 정 전 의장이 출마한다면 자신의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에서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과 붙을 가능성이 높다. 전주 완산을에서는 새누리당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국민회의 쪽의 장세환 전 의원이 이상직 의원과 맞붙는다.

▼ 김무성-문재인의 고향 PK, 여야 거물급 투입 채비 ▼

부산 경남(PK)은 여야 지도부의 고향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부산 영도)가 버티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최근 지역구(부산 사상)를 넘겼지만 부산이 근거지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도 부산 출신이다. 부산의 풍향계가 세 사람의 정치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 여권의 거물급 인사 투입 여부가 관심사다. 부산 해운대 출마 의지를 내비친 안대희 전 대법관은 부산 사하을이나 수도권 출마로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 측은 “당 지도부와도 얘기를 끝냈다. 현재로선 해운대 출마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타 지역 출마설을 일축했다. 부산고를 나온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도 부산 출마를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당내 일각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 지역구 영도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구를 같은 당 배재정 의원(비례대표)에게 넘겼다. 하지만 당의 요구가 있으면 어떤 곳에서라도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막판에 어떤 지역구를 선택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새정치연합 배 의원이 출사표를 낸 사상에는 새누리당에서 장제원 전 의원, 손수조 당협위원장,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공천 경합 중이다. 사하을에서는 ‘문재인 저격수’로 불리는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이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에서는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이 17일경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분구가 예상되는 해운대-기장을에는 안 전 대법관을 비롯해 윤상직 장관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안경률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팩스 입당’ 논란으로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부산의 또 다른 변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출마 여부다. 안철수 의원과 연대를 맺어 출마한다면 폭발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새누리당에선 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황전원 전 세월호특별조사위원이 출사표를 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에서는 ‘봉하재단 사무국장’인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이 4년간 절치부심하고 있다.

전현직 의원의 혈투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 지역구인 경남 사천-남해-하동에는 이방호 전 의원이 예비후보자에 이름을 올렸고,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지역구인 경남 진주갑에는 이 지역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최구식 경남도 서부부지사가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최 부지사는 17일경 공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4선 도전에 나서는 경남 진주을에서는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 예비후보 등록 첫날 이모저모 ▼

안철수 변수로 눈치작전… 野 등록자, 與의 3분의 1

최고령 85세 김두섭, 15번째 도전


예비후보 등록에는 여의도 복귀를 노리는 전직 의원들과 이색 경력의 소유자가 눈에 띄었다.

여당에서는 대표적 친이(친이명박)계였던 장광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동대문갑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최측근이었던 박준선 전 의원이 홍 지사의 과거 지역구인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도 자신이 16∼18대 의원을 지낸 성남 분당을에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전 의원은 서울 서대문을에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로 도전장을 냈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현희 전 의원은 여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 새정치연합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004년 이후 최고령 총선 출마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김두섭 전 의원(85)은 15번째 총선에 도전한다. 그는 5대 총선부터 출마해 8전 9기 끝에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이후 계속 낙선했다. 이날까지 최연소 예비후보자는 부산 해운대-기장갑에 무소속으로 등록한 최선명 씨(25)다.

이 외에 ‘친구’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이자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을 수사한 곽규택 변호사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통하는 유기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서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충남 홍성-예산에 출사표를 낸 양희권 페리카나 대표이사는 국내 최초의 양념치킨 개발로 유명하다.

첫날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513명 중 새누리당이 329명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119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야권 후보들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4·13 총선#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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