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 석사과정 여는 獨 드레스덴공대 뮐러슈타인하겐 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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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없는 환경분야 선정… 남북통일에 도움 되길 기대”

13일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독일 드레스덴공대 총장이 남북 공동 석사과정을 개설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13일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독일 드레스덴공대 총장이 남북 공동 석사과정을 개설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스텍 제공
“평화적 공존에 정치적 장애물이 크다면 대학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스 뮐러슈타인하겐 독일 드레스덴공대 총장은 13일 “남북통일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남북 공동 석사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 분야 연구는 정치색이 없고 기후변화 등 남북이 모두 관심이 있는 주제여서 이 분야로 정했다”며 “특히 드레스덴공대는 200여 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남북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남북 교류가 활발할 때 소프트웨어 중심의 협력이 추진됐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며 모든 교류가 끊어졌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도 과학기술은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3자인 독일이 물꼬를 튼 셈이다.

현재 프로그램 개설과 관련된 모든 준비는 마무리됐다. 만약 북한이 화답해 최소 5명의 학생을 독일에 보내고 남한도 비슷한 수의 학생을 보내면 내년 가을 학위과정이 개설된다.

뮐러슈타인하겐 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공대 방문이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했다. 드레스덴공대는 박 대통령이 방문할 만큼 독일 통일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드레스덴공대는 옛 동독 지역에 속한 대학이지만 통일 후 과학기술 분야 통합을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학부생의 30%가 서독 지역 출신으로 채워질 만큼 교류가 활발하다. 현재는 독일을 대표하는 공대로 손꼽힌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포스텍(포항공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념과 별개인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도연 포스텍 총장의 의지가 다분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드레스덴공대 교수를 거쳐 포스텍에 방문교수로 와 있는 지아나우렐리오 쿠니베르티 교수가 오래전부터 두 학교 간 협력을 추진하며 다리 역할을 자처한 공도 빠뜨리지 않았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혼란을 먼저 설명했다.

“독일이 통일한 뒤 드레스덴공대에서 동독 출신 교수진이 절반 넘게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만큼 수준 차가 컸다는 거죠. 동독 당국의 허가 아래 학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과학기술 교류를 계속해 왔지만 수준 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는 “남북한 간 격차는 과거 동서독보다 훨씬 크다”며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만큼 통일 이후 닥칠 혼란이 막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한 간 격차를 줄이지 않은 채 급하게 통일되면 4657조 원이 소요된다는 통계도 있다.

뮐러슈타인하겐 총장은 남북한이 정치적으로 교류가 힘든 상황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라도 교류의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독일은 1973년 이후 동독-서독 간 과학기술 회담을 34차례 열었다.

“독일 통일 때처럼 남북한은 기회가 오는 대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교류가 중요합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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