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詩 읊으며… 양대 어젠다로 ‘김무성 정치’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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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金대표 취임 1주년 회견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내를 넘어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끝에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읊었다. 김 대표는 “저의 각오와 열정을 이 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여권의 내홍이 극심했듯이 지난 1년이 복잡다단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2차례의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었고, 비교적 원만하게 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몸을 낮춰 수평적 당청 관계 약속은 퇴색됐다는 지적도 있다.

○ ‘김무성표 정치’ 시동 거나

김 대표는 이날 향후 목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통한 ‘정당민주주의 확립’과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따른 ‘의회민주주의 정상화’다. 현 공천 제도를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망국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김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 준 통합의 리더십의 한계를 뛰어넘어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김무성 표 정치’를 보여 주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을 만난다는 일정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의 리더십은 청와대 앞에 서면 주춤거렸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청 관계에 대해 “점수로 따지면 스스로 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며 “할 말은 하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호흡을 맞추면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직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김 대표가 당청 사이에서 조정자역할을 선택했고, 당보다는 대통령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진정한 리더십 시험은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내년 총선 이후 김 대표의 철학과 리더십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김 대표에게는 추진력과 포용력으로 계파 간의 목소리를 통합하고, 적극적 민심·민생 탐방으로 국민을 다독이는 ‘강약(强弱)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도 총선 승리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

○ 원내수석부대표에 조원진·이학재 등 언급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임명할 수 있는 당직 모두를 비(非)경상도권으로 하겠다. 반드시 탕평 인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 경상도 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의원은 금메달이라고 생각해 왔다”라고도 했다. 내년 총선을 영남권이 아닌 수도권의 눈높이에서 치르겠다는 의지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자리는 원내수석부대표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재선인 조원진 이학재 의원, 비박(비박근혜)계 권성동 김학용 의원으로 후보군을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공식 선출되는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모두 비박계로 분류되는 만큼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친박계를 배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가 임명하는 자리여서 영남권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주요 당직자 중 김영우 현 수석대변인은 유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변인 후보로는 초선의 정용기 전하진 김용남 신의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원내수석부대표 인선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홍보기획본부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어젠다#김무성#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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