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김정은’ 北주민들도 황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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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때 백발백중 사격… 여덟살도 안돼 車몰고 도로 질주
우상화 교육 되레 역효과… 교사들 설명 어떻게 할지 난감

1일부터 북한 학교의 새 학기를 맞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우상화하는 교육이 정식으로 시작됐다. 대북 소식통들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이) 3살 때부터 총을 쏘고 운전을 했다’는 등의 황당한 내용이 많아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김정은 우상화 교재에 김정은의 출생과 성장에 대한 의심과 의혹만 잔뜩 키워 놓았다고 지적했다.

○ 황당한 우상화 교육 내용

본보가 입수한 교사용 교재인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혁명활동 교수참고서’(151쪽)에는 김정은이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묘사되어 있다. 교수참고서는 가르칠 내용과 방법, 답안까지 상세히 기술돼 있는 교사용 교안이다.

참고서에선 “(김정은의) 담력과 배짱이 영웅남아답다”면서 “3살 때부터 총을 쐈고, 3초 내에 10발을 다 목표를 명중시키며 100% 통구멍을 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김정은이 “3살 때부터 자동차 운전을 시작했으며 8살 이전에 도로를 질주했다”는 내용도 있다.

가장 많이 할애된 대목은 그가 어린 시절 ‘마운틴’이란 브랜드의 보트를 몰고 온 외국 초고속 보트회사 시험 운전사를 두 번이나 이겼다는 일화다. 참고서는 김정은이 이 경주에서 보트를 시속 200km로 몰았다며 “학생들에게 200km/h는 몇 m/s인가 계산해보도록 하고, 55.56m/s의 속도로 달리는 초고속 배가 얼마나 빠르겠는가를 상상해보도록 하라”는 구체적 훈육 지침까지 내리고 있다.

또 “6살 때 사나운 말을 마음대로 길들여 타고 기마수보다 더 잘 달렸다”거나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전문가 이상으로 연주하는 절대 음감의 소유자” “못하는 체육종목이 없는 스포츠 천재”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10대에 정치 경제 철학 역사 수학 물리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보통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찬양하고 있다.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 기간 매일 주먹밥과 죽으로 해결하며 인민들이 겪는 고생을 함께했다는 대목도 있다. 고난의 행군에 해당하는 1990년대 중반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생활했다.

북한 교사 출신의 한 탈북자는 “김일성과 김정일 우상화 교재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이라도 했지만 김정은 우상화는 황당함과 거짓말이 도를 넘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우상화 교재는 그에 대해 ‘선군 조선의 위대한 태양’이라 호칭하고 그가 태어난 생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규정한 점이다. 과거 태양과 민족 최대의 명절이란 단어는 김일성과 그의 생일에만 해당됐다. 김정은을 김일성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북한의 조급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학생들 질문에 교사들 쩔쩔매

김정은 우상화 교육은 북한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신의주의 한 소식통은 자유북한방송에 “이제 교사들은 3살 난 어린이가 어떻게 총을 쏘고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어린 학생들에게 이를 설명해줘야 하는 기막힌 처지”라며 “김정은을 우상화하려다 함정에 빠진 꼴”이라고 말했다. 대답이 궁한 일부 교사들은 부모를 따로 불러 “원수님의 혁명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반동행위이니 부모가 아이교육을 책임지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앞으로 김정은 가계와 경력, 고향 등을 어떻게든 밝힐 수밖에 없는데 주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상화를 포기할 수도 없고, 사실을 밝힐 수도 없는 북한의 딜레마가 김정은 우상화 교재에 반영돼 있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슈퍼맨#김정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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