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메모 리스트 등장 8人, 약속한 듯 ‘결백’ 주장…허태열 “멘붕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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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4월 11일 0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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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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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64)의 웃옷 호주머니에서 여권 핵심 인사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의 메모지엔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 달러 2006.9.26(독일 베를린),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다. 직책은 생략됐고, 이병기 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름만 쓰여 있었다.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면 모두 친박(박근혜)계 핵심 인사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명된 8명은 약속이나 한 듯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거명 배경을 추측했다. 이완구 총리는 “5, 6일 전 통화에서 고인은 검찰 수사가 총리담화와 관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며 “나는 검찰 수사는 총리 취임 이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성완종 회장의 메모에 이름만 등장한 이완구 총리는 “19대 국회 때 1년을 함께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고 사이도 썩 좋지 않았다”며 “성완종 회장이 주도한 충청포럼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2007년 충남도지사 재직 시절 안면도 개발권을 갖고 (법적으로) 싸웠다”고 했다.

역시 이름만 거론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도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을 즈음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구명을 요청한 바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데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병기 실장은 “성 회장에게 자신이 결백하고 시중에 오해가 있다면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더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허태열 전 실장은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자기는 억울한 마음이 앞서 저런 행태를 한 것이 아닌가”라며 “본인이 (검찰 수사로) 막바지에 들어가니까 일종의 ‘멘붕(멘털붕괴)’이 온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충청도 각종 향우회 등에서 3, 4번 만났다”면서도 “성완종 회장은 캠프에 온 적이 없다. 시쳇말로 박카스 사들고 온 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소개를 해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만났다는 것은 정말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인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안면은 있지만 소위 거래를 할 만한 사이가 아니다”며 “명예가 매우 훼손됐다. 황당무계하고 악의적인 소설이다.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성완종 회장이) 공천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공천을 안 했다”며 “황당하고 이해가 안 간다. 공천 안 해준 죄밖에 없는데 그런 게 섭섭했는가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선거 때인 2011년 충청 서산에 갔는데 당원간담회에서 본 것 같고, 그 외에는 본 일이 없다”며 “나하고 직접 접촉할 만큼 친밀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초반에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때 재판부에 얘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법조계를 떠난 지가 오래돼서 변호사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고 당시 통화 내용을 전했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부산시장’이라고만 돼 있었고 이름은 없었다. 서병수 현 부산시장은 자신이 지목되자 “(금전 거래는) 전혀 없다. 황당하다”고 했다. 서병수 시장은 통화에서 “(2012년) 내가 당 사무총장을 할 때 선진통일당과 합당할 당시 성 의원이 원내대표를 했고 그때 처음 알았다”며 “몇 달 전까지는 통화를 했지만 최근에는 안 했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9대 국회에 들어와 만난 동료 의원 관계일 뿐”이라며 “(2007년) 대선 때는 그분이 누구인지를 몰랐다. (금전 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등 1, 2, 3대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름이 모두 등장하면서 청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과 측근들은 현 정부에서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없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아 왔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에 현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이 모두 포함된 데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망라돼 자칫 현 정부의 최대 강점인 도덕성이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성완종 회장의 메모와 관련, 이날 오후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해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사명이자 존립 근거”라며 “자원개발 비리 등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한 점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계속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성완종 회장의 유족과 경남기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메모 속 ‘리스트’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경찰에서 성완종 회장의 휴대전화 2대를 넘겨받아 이를 분석할 예정이다.

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성완종 회장 측 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검찰에서 부르면 나가서 모든 걸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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