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사건’ 공방만 벌인 박상옥 청문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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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수사 설전에 자질검증 뒷전… 朴 “검찰 본분 저버린 적 없어”
당시 선배검사 안상수도 출석 “朴, 은폐 관련될 상황 아니었다”

청문회장에 등장한 ‘동아일보 박종철 특종’ 7일 국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한 동아일보 1987년 5월 22일 자 신문 등을 스크린에 확대해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당시 동아일보는 ‘관련 상사 모임에서 범인 축소 조작을 모의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청문회장에 등장한 ‘동아일보 박종철 특종’ 7일 국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 보도한 동아일보 1987년 5월 22일 자 신문 등을 스크린에 확대해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당시 동아일보는 ‘관련 상사 모임에서 범인 축소 조작을 모의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야당의 거부로 파행을 빚어온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사진)의 인사청문회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72일 만인 7일 열렸다. 이날 청문회는 박 후보자가 대법관을 맡을 만한 자질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뒷전’이었다. 1987년 그가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은폐 사건과 관련된 질문만 나오면서 ‘박상옥 청문회’가 아니라 ‘박종철 사건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당시 박 후보자의 선배 검사로서 증인으로 출석한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이 박 후보자보다 많은 질의를 받았을 정도였다.

박 후보자는 이날 박종철 사건과 관련해 “조기에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한 점은 국민과 유족에게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알면서도 진실 은폐에 관여하는 등 검찰의 본분을 저버리는 처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시장도 “(박 후보자가) 은폐·축소에 관련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박 후보자의 역할을 놓고 여야는 ‘대리전’을 치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종철 사건 수사 당시 박 후보자가 수사팀의 ‘말단 검사’였음을 강조했다. 김회선 의원은 “집요한 경찰의 은폐 기도를 검사들이 막아냈다”며 박 후보자를 감쌌다. 같은 당 의원들은 “사건 당시 신창언 주임검사가 김대중 정부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까지 지낼 정도로 야당도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가 사실상 박종철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말석 검사는 책임이 없냐”며 “당장 사퇴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정의당 서기호 의원도 “박 후보자가 1987년 3월 초 (추가 공범이 있다는) 실체적 진실을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상부에서 ‘조만간 재수사할 것’이라는 지시가 있다고 전해 들었고 그사이에 (인사가 나) 여주지청에 가 있어서 직접 수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으로 봉직하면 대법관 퇴임 후 사건 수임을 위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밤 12시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 야당은 3차 수사·공판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9일 청문회를 또 열자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반대 의견을 고수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야당이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를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거쳐 본회의가 예정된 23일 여당 단독 표결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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