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않는 국회 ‘방탄 특권’ 챙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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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비리 혐의 與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시켜
223표중 찬성 73표 그쳐… 124일째 법안처리는 0건

‘X’… 동료에 부결 결과 알려주는 宋의원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당 감표 요원으로부터 결과를 미리 신호로 받은 송 의원이 옆에 앉은 동료 의원에게 손가락으로 ‘×’ 표시를 만들어 부결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X’… 동료에 부결 결과 알려주는 宋의원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당 감표 요원으로부터 결과를 미리 신호로 받은 송 의원이 옆에 앉은 동료 의원에게 손가락으로 ‘×’ 표시를 만들어 부결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철도 부품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4선·충북 제천-단양)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일 국회 표결에서 부결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다투느라 124일째 법안 한 건 처리하지 못한 채 ‘식물국회’를 만든 여야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는 일에는 똘똘 뭉치는 저급한 ‘패거리’ 의식을 발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송 의원은 철도 부품 납품업체 AVT 대표로부터 11차례에 걸쳐 총 6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총투표 수 223표 중 찬성 73표, 반대 118표, 무효 24표, 기권 8표로 동의안이 부결됐다. 참석 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효표, 기권표를 포함한 150표가 사실상 반대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송 의원은 적어도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는 구속되지 않게 됐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의원은 새누리당 122명, 새정치민주연합 96명, 정의당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야당 의원 101명 중 28명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수기(手記) 투표를 오래간만에 하다 보니 무효표가 많았던 것 같다. 반대표를 던진 야당 의원은 소수였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에서도 상당수 반대표가 나왔다는 말이 나온다. 송 의원이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는데도 현행법에 따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체포동의안을 제출한 것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고 한다.

동의안 부결 직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의원 각자가 판단한 문제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두 얼굴을 가진 정당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도 지난달 소속 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긴급 임시국회를 소집해 ‘방탄국회’라는 비난을 샀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송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겼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여야 모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굳게 약속했지만 이후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사안의 성격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약속대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총 투표 수 242표 중 찬성 233표, 반대 5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배혜림·조건희 기자
#국회#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철도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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