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1건에 중진 3명 일사불란… 檢 “보좌관도 금품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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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司正정국]SAC 입법로비 수사 파문

‘직업’ 빼고 ‘실용학교’로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 학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의원들에 대한 로비가 성공하기 전 이 학교 이름은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직업’ 빼고 ‘실용학교’로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 학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의원들에 대한 로비가 성공하기 전 이 학교 이름은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이 입법 활동 대가로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 이사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의원 보좌진 중 일부도 별도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보좌진까지 로비 대상에 오른 사실이 드러나자 입법권의 취지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법안 한 건 통과 위해 의원·보좌관 ‘일사불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4일 야당 의원 3명 보좌진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5일 이들 중 일부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신계륜 의원이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지난해 9월경 보좌진 중 일부가 SAC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좌관들이 받은 금품도 포괄적인 입법 로비 자금이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고려해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 이사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야당 의원 3명이 소속 상임위 안팎에서 일사불란하게 법안 통과를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신계륜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뒤 “‘직업학교’라는 표현은 전근대적”이라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피력하는 트윗을 3차례 남겼다. 같은 기간 신 의원이 다른 법안 발의와 관련해 남긴 트윗은 한 건도 없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신학용 의원은 해당 법안에 반대했던 교육부 등 정부 부처를 설득하는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발의 당시 교육부는 “직업학교와 일반학교의 명칭이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해당 법안은 올해 4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재윤 의원은 신계륜 의원의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 “김 이사장이 ‘법 바꾸자’ 제안”

SAC 김 이사장이 학점은행제 교육기관들의 협의체인 한국학점은행평생교육협의회(학평협)를 통해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게 입법 로비를 하려는 정황도 관련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SAC는 김 이사장이 2009년 학평협 감사를 지낸 뒤 줄곧 학평협 회원사로 올라 있다.

학평협은 올 2월 정기총회에서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자”고 결의했다. 지난해 7월 회의에서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을 놓고 신학용 의원 등 교문위 소속 의원 30명에게 일일이 ‘전담 임원’을 배정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등 ‘일대일 관리’를 하는 계획까지 회의록에 포함시켰다.

학평협 고위 관계자 A 씨는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직업학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을 행정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내려 보냈을 때 다들 간판을 바꾸기 바빴지만 김 이사장만 유독 ‘그러면 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며 “해당 법안 통과도 김 이사장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5일 김 이사장과 신계륜 김재윤 의원 등으로 구성된 사조직 ‘오봉회’의 멤버 SAC 교수 장모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 출신인 장 씨가 김 이사장에게 의원들을 소개시켜주는 등 정치권 로비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신계륜#김재윤#신학용#SAC 입법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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