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영일]고작 10명… 한심한 ‘세월호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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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기다려 정족수 겨우 채워… 달라진 국회 좀 보여줄수 없나

본회의 끝나지 않았는데… 21일 오후 3시 45분 국회 본회의장. 의원들이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서 
세월호 참사 긴급 현안 질의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이날 오후 2시 45분경에 간신히 속개됐지만 1시간 정도 지나자 의원들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본회의 끝나지 않았는데… 21일 오후 3시 45분 국회 본회의장. 의원들이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서 세월호 참사 긴급 현안 질의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이날 오후 2시 45분경에 간신히 속개됐지만 1시간 정도 지나자 의원들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곧 본회의를 시작합니다. 의원님들은 빨리 본회의장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21일 세월호 긴급 현안 질의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에선 이런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나왔다.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하려던 본회의는 계속 늦어졌다. 의원들의 출석률이 너무 저조한 탓이었다. 본회의 시작 전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은 새누리당 이노근,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 등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은 연방 시계를 바라보며 ‘의원님’들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본회의에선 방송통신위원장의 출석 요청안 처리를 하고 나서 긴급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석 요청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145명을 채우는 데는 30여 분이나 걸렸다. 오전 10시 35분에 상정된 출석 요청안이 처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분. 이후 진행된 세월호 긴급 현안 질의에서 질문자로 나선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아무리 바빠도 재석해 달라. 시민과 국민이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손영일·정치부
손영일·정치부
그러나 의원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낮 12시 10분경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회가 선언되자 의원들은 우르르 빠져나갔지만 재개 예정 시간인 오후 2시까지 자리에 돌아온 의원은 별로 없었다. 사회를 맡은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오후 2시 45분까지 성원이 안 되면 각 당의 참석자 수와 비율을 발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 덕분에 본회의는 가까스로 다시 진행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은 하나둘 빠져나갔다. 산회가 선포된 오후 4시 43분경 본회의장에 남은 의원은 40여 명에 불과했다.

여야는 이번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세월호 국회’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의 실체를 밝혀내고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나할 것 없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다짐도 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태도에선 그 어떤 결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그 자체다. 정치 불신은 정치인들이 자초하고 있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
#국회#세월호#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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