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김정은… 계산인가 개방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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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 서방언론 밀착취재 허용, 돌발 질문에는 답변 않고 미소만
인터뷰-기자회견 예상은 빗나가

‘실신 병사’ 스케치 사진 검열 안해



27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가했다가 실신한 한 북한 병사를 동료들이 업어서 데리고 나가고 있다. 미국 CNN 아이번 왓슨 기자가 이날 이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동안 북한 당국은 별다른 검열이나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CNN 아이번 왓슨 기자 트위터
‘실신 병사’ 스케치 사진 검열 안해 27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가했다가 실신한 한 북한 병사를 동료들이 업어서 데리고 나가고 있다. 미국 CNN 아이번 왓슨 기자가 이날 이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동안 북한 당국은 별다른 검열이나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CNN 아이번 왓슨 기자 트위터
‘은둔의 국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사진)가 서방 언론과 인터뷰나 회견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방 기자단에 밀착 촬영 및 취재를 허용하고 돌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과거와는 취재 환경이 달랐다고 외신은 전했다.

27일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취재차 방북한 서방 취재진은 평양 전쟁승리관 참관을 마친 김정은이 수행단과 함께 휴식 중이던 외신기자들 쪽으로 다가올 때 그와 ‘조우’했다.

수차례 방북 취재 경험이 있는 미국 ABC방송의 밥 우드러프 기자는 “김정은이 갑자기 우리 쪽으로 오자 모두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는 불과 1, 2m 떨어진 그를 에워싼 채 뒤따랐다. 그 장면은 서방 유명 정치인 취재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 ‘채널4’의 존 스파크스 기자는 김정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어떤 메시지를 서방에 전하고 싶으냐’고 돌발 질문을 던졌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김정은은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 웃음을 띤 여유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취재진을 지나쳐 갔다. 방북 중인 서방 언론 취재진은 북측의 사전 제재나 검열 없이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김정은의 모습은 물론이고 실신한 병사의 모습을 촬영해 올렸다.

영국 ‘스카이뉴스’ 마크 스톤 기자는 김정은이 당 간부들과 함께 25일 인민군 열사묘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을 현장에서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최근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그의 고모 김경희도 이 사진에 등장했다. 미국의 한 유력 일간지 기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매체에 (김경희) 관련 소식이 소개되기 전 외신 기자가 단독 아닌 단독을 한 셈이라는 평가가 돌았다”면서 “북측도 사전 검열이나 사후 제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CNN 아이번 왓슨 기자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 현장을 자신의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전했다. 왓슨 기자는 열병식 이후 북한 병사들이 더위와 갈증에 지쳐 실신한 모습을 포착해 올렸다. 이 같은 변화도 있었지만 안내원이 동행하며 사전에 허락받은 곳만 방문하도록 하는 취재 제한은 여전했다.

한편 이번 ‘전승절’에 많은 외신 기자를 초청해 김정은의 첫 외신 기자회견을 기대했던 주요 언론은 ‘제재 속 경제발전과 핵무기의 병진 어떻게 실행 가능한가’, ‘북한 노동당 내 신설된 경제부의 구체적 역할은 무엇인가’ 등 질문지를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은의 외신 기자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김정은#전승절#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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