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태도 바꾼 ‘두 얼굴 감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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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희망홀씨’ 모범사례 선정 → 2013년 “과도한 대출” 전면 감사
공기업 부채 침묵하다 이제와 “위험”
원전 감사서 비리 적발못해 사태 키워

감사원은 2011년 금융감독원에서 주도한 ‘희망홀씨대출’을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감사원은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이 금융비용을 절감했고 은행권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2년이 지나 이명박 정부의 서민금융사업에 대한 전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희망홀씨의 후속인 새희망홀씨대출 감사 과정에서 은행들이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에게 새희망홀씨를 권해 이득을 챙기고 △규정을 어기며 과도하게 돈을 빌려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금융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며 칭찬한 감사원은 머쓱한 모양새가 됐다.

감사원의 최근 행보를 두고 지난 정부에서 문제가 생길 때는 가만히 있거나 오히려 상을 주다가 정권이 바뀌자 이제 와서 뒷북을 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에 대해서는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제대로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발표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4대강, 해외자원개발 등 핵심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공기업 9곳의 부채가 4년 만에 2.2배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기업 부실이 심화된 데는 부채가 급증하던 2009∼2010년 침묵했던 감사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원전비리에 감사원의 책임이 일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2009년 공정기법 국산화로 예산을 절약했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하지만 감사에서 불량부품이 납품된 것은 적발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당시 감사는 발전 자회사의 전력 실태에 대한 것이었으며 모범사례로 선정된 부서는 최근 원전비리와는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감사원#희망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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