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30%중반 이내로”… ‘공약가계부’ 5월내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 朴대통령, 국가재정전략회의 첫 주재

16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포함해 전 부처 장관들은 청와대에 모여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맸다. 이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역대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박근혜정부에서의 의미는 남다르다. 국가예산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해 135조 원에 이르는 공약실천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은 부처의 기능과 조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특정 사업이 통째로 통폐합되면 해당 조직이 사라질 수도 있다. ‘철밥통’ 공직사회에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는 얘기다.

○ “재정개혁은 정부개혁”

이날 회의는 ‘공약가계부’를 만드는 데 집중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공약가계부를 완성할 계획이다. 공약가계부는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부처럼 정부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용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약가계부가 5년 후 이 정부의 성적표가 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재정개혁은 정부의 모든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정부개혁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예산을 재분배하는 차원을 넘어 부처 개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장관들은 부처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봐 달라”고 강조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다.

박 대통령은 “재정 지출과 조세 지원이 공급자 관점에서 별개로 운영돼 비효율을 초래했다”며 재정개혁의 구체적 사례도 제시했다. 재정 지출을 통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조세 지원 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를 연계하면 복지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EITC는 열심히 일은 하지만 소득이 적은 ‘워킹푸어’를 위해 정부가 실질소득을 보존해주는 제도다. 이를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하면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높여 ‘생산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주문이다.

이날 가장 곤혹스러운 부처는 국방부였다. 박 대통령은 방만한 재정운영 사례를 들며 국방부를 콕 찍었다. 박 대통령은 “국방예산은 매년 재정증가율 이상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신규사업 준비 미흡과 계속사업 집행 부진 등으로 대폭 삭감되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신규사업은 사전타당성 검토를 강화하고 계속사업은 진도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 “민간 적극 끌어들여라”

박 대통령은 “민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라”며 “시중에 민간 유휴자금이 많다. 조세 감면 등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연구개발 투자 등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곳간이 쪼들리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속도조절론’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재원을 가급적 (임기) 초기인 2014년, 2015년 투입하면 공약실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SOC 투자 등을 급격히 줄이면 지방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연간 25조 원에 이르는 SOC 예산을 임기 말 17조 원 정도로 줄일 예정이지만 지방 경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섣부르게 예산 삭감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해서는 “골목상권 등 서민과 중산층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만큼 세심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중앙과 지방의 재원 배분에 대해 “중앙과 지방 간 역할 분담을 재정립한 뒤 이에 맞춰 지방소비세 인상이나 보육료 보조율 인상 등 (지방의) 재원 지원 요구를 패키지화해 일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임기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는 3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면서 정밀한 장기 재정전망 속에 연금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불공정한 갑을관계 반드시 없어져야”

박 대통령은 이날 중소기업인과의 만찬에서 “최근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시달린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며 “공정한 시장경제 원칙을 바로 세우려는 새 정부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주 회사인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모 씨(44)는 14일 본사의 밀어내기 행태를 비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대통령은 “정말 불공정하고 억울한 갑을관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장원재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국가재정전략회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