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성공단 7인 최종철수 뒤 北 “자재반출 용의” 슬쩍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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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금 전달 관계자 “내 권한밖” 귀환 ‘공식채널 통보’ 요구에 침묵하던 北
뒤늦게 “南이 무시”… 南南갈등 유도

북한이 15일 ‘개성공단 원·부자재 반출 허용 의사를 이미 밝혔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진위가 남북 당국 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정부의 14일 남북대화 제의의 의미를 폄훼하고 정부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의 민관(民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우리의 진심어린 회담 제의를 북한이 폄훼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입주기업의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 용의가 있다면 남북 당국 간 협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이번 사안의 핵심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3일 오후 8시 개성공단 북측 출입관리사무소(CIQ). 북한의 요구대로 3월분 임금과 통신료 등 13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돌아 나오는 김호년 개성공업지구관리위 부위원장을 박철수가 불러 세웠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개성공단 담당기구) 부국장인 그는 “입주업체의 원·부자재와 완성품을 반출시켜 줄 용의가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4월 29일부터 5일간 진행된 마라톤협상에서는 없던 돌발 제안이었다.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미수금 지불 대(對) 자재 반출’이라는 맞교환을 원했다. 하지만 북한의 무반응으로 협상이 결렬됐고 남측 최고책임자인 홍양호 관리위원장 등 ‘최후의 7인’은 1시간 전인 오후 7시 남측 CIQ로 귀환을 마쳤다. 이때 통신요원도 철수를 끝내 김 부위원장은 서울에서 새 훈령을 받을 연락수단이 없었다. 정식 협상에선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북한이 갑자기 새 제안을 꺼낸 배경도 의심스러웠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수금’을 전달하러간 5명이 ‘새로운 협상’을 이유로 볼모 신세가 될 가능성마저 있었다. 남북회담에 잔뼈가 굵은 김 부위원장은 “나는 제안에 답할 권한이 없다. 일단 귀환하겠으니 공식 입장을 담아 남북 통신채널로 알려 달라”고 통보하고 돌아왔다. 박철수 개인의 제안을 당국 차원으로 공식화하고 북한이 단절한 남북 통신선을 복원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후 북한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14일 통일부가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튿날(15일) ‘자재반출 허용 의사’ 관련 내용을 폭로하며 회담 제의를 거부했다. 김 부위원장에게 말하지 않은 ‘반출 허용 날짜까지 밝혔다’는 거짓 주장까지 폈다. 16일에는 입주기업 8곳에 팩스를 보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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