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은 靑, 입다문 與… 정권초 ‘쌍끌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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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人事사고’ 침묵… 靑 ‘시스템 개선’ 목소리 없어
“단수후보 문제제기 어려워” 되레 郭민정수석 동정론
새누리 지도부는 몸 사려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홍원 국무총리, 오른쪽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홍원 국무총리, 오른쪽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2000여 자 분량의 발언을 했지만 정국의 최대 현안인 잇따른 인사 실패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국무위원들에게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관리되고 평가되는지 피드백 구조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무엇보다 피드백을 통해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이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상당수 인사 실패가 박 대통령의 단수 후보 추천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부실 검증에서 비롯됐음에도 현재 청와대 내에서 누구도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오랫동안 ‘이 분야는 이 사람에게 맡겨야겠다’고 눈여겨본 뒤 해당 인사를 추천하면 민정수석실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들다”며 “우리가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뒤를 캘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조차 문책론이 제기되는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오히려 ‘동정론’마저 나온다.

인사 실패의 정점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낙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싱크탱크이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한 후보자와 오랫동안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의견을 나눠 왔고, 한 후보자를 진작부터 공정위원장 적임자로 점찍어 놓았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정수석실은 한 후보자가 종합소득세를 뒤늦게 납부한 사실을 국세청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는 ‘귀 닫은’ 청와대를 향해 여당조차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인사 참사로 국정 동력을 잃고, 여당은 지도부 공백 상태로 제 역할을 못 하는 ‘이중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날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까지 나서 ‘청와대 관계자의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친박계 지도부가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울 가능성은 없다. 당장 황우여 대표나 이한구 원내대표는 인사 참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만이 장외에서 목소리를 낼 뿐이다. 옛 친이(친이명박)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 검증 시스템도 문제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문제”라며 “정권 초기 대통령의 리더십과 권위, 국민의 신뢰가 약화되면 5년 임기 국정을 이끌어 갈 동력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재명·길진균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박근혜#국무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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