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역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기대에도 적극 부응해야 합니다.”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제34대 전경련 회장으로 재선임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총회 내내 허 회장뿐 아니라 전경련 전체가 한껏 ‘자세 낮추기’에 주력했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지난 50년간 우리는 잘살아 보자는 신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이제 기업이 사회적 배려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할 때”라고 강조했다. “2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부족한 부분 또한 많았던 것 같다”고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4일 앞두고 열린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거나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등 전경련 회장단회의나 정기총회에서 으레 나오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취임사에는 “국민이 (기업들에) 신뢰를 보내줄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말이, 발표 자료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전경련으로 재탄생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전경련은 이날 근로 환경 개선과 중소기업 지원, 소상공인 보호, 사회공헌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경영헌장도 발표했다. 기업경영의 7대 원칙과 21개 세부 지침을 담았다는 이 헌장 설명 자료 제일 윗부분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자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과거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고 주장하던 데서 180도 바뀐 태도다.
이승철 신임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회원사들의 애로에 대해서는 너무 강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국민 경제가 아니라 회원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전경련의 중요한 화두”라며 “전경련이 말하는 게 ‘재계의 의견’이 아니라 ‘국가에 필요한 의견’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경련은 이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새로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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