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리모델링하자]23평 집무실에 문이 4개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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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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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을 ‘민주와 소통’의 구조로 바꾸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2명의 대통령으로는 성(姓)이 같은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꼽힌다.

웨스트윙에 유일하게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방인 ‘루스벨트룸’이 있는 것도 두 명의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원래 백악관 관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나자 웨스트윙을 개축해 별도의 집무 공간을 만들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웨스트윙에서 집무실을 현재의 동남쪽 구석 공간으로 옮겼다. 원래 집무실은 남쪽 중앙에 있었으나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관저에서 될 수 있으면 가까운 동남쪽으로 이전한 것. 결과적으로 로즈가든과도 가깝고 참모 집무실과의 접근성도 좋아 잘 옮겼다는 평을 들었다.

웨스트윙 1층에는 두 개의 회의실이 있다. 내각회의실과 루스벨트룸이다. 대통령들은 격식 없는 회의나 토론을 할 때 면적이 넓은 큰 내각회의실보다 루스벨트룸을 즐겨 이용한다. 대통령들이 자주 찾다 보니 루스벨트룸에 걸린 2명의 루스벨트 초상화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은 공화당 출신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민주당 출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를 더 위쪽에 걸기 위해 경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백악관 집무실은 외부로 통하는 문이 네 개나 된다. 비서실, 서재, 복도, 로즈가든으로 나가는 문들이다. 대통령은 웨스트윙 복도로 자주 나와 부통령실에 들르고 비서실장실 책상에 걸터앉아 정책을 토론한다. 복도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선 채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999∼2006년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백악관을 무대로 한 TV드라마 ‘웨스트윙’에서 대통령이 말단 직원들의 방에 들르거나 복도에서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과연 이 같은 일이 정말 백악관에서 일어날까.’ 당시 많은 미국인들의 궁금증이었다. 이 드라마를 쓴 유명 작가 애런 소킨은 작품 취재를 위해 직접 백악관에 가서 이런 장면들을 보고 그대로 쓴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격식 없는 대통령의 모습은 당시 별로 인기가 높지 못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집무실이라고 해서 업무만 보는 공간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집무실에서 골프 연습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골프광으로 유명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너무 열심히 골프 연습을 해 바닥에 흠이 생겨 새로 바닥을 까는 공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린든 존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에도 바닥을 새로 깔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청와대#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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