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亂… 상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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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일정 취소하고 긴급 대책회의 열어

“검란(檢亂)….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28일 서울중앙지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저녁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오후 8시 참모들인 1, 2, 3차장검사들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부장검사들도 서둘러 저녁 자리를 정리하고 검찰청으로 복귀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최 지검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친 차장검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각 차장 산하 부장검사들을 불러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총장 퇴진과 중수부 폐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부장은 최 지검장에게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을 집단적으로 건의하기도 했으나 한 총장 퇴진은 대검 간부들이 건의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이날 대검 연구관들도 긴급회의를 열고 총장 퇴진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지검장은 이날 밤늦게까지 퇴근을 미루고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가 없다. 지금 보이는 이 모습이 우리 조직의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일부 부장검사는 평검사들과 다시 회의를 열기도 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인과 통화를 하며 지르는 고함이 검사실 밖으로 터져 나왔다.

검사들은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 진의와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한 중견 검사는 “중수부장이 수사 경험도 많은데, 단순히 언론 대응과 관련한 조언을 한 것만으로 감찰에 착수한 진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일부에선 한 총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구형량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검사는 이런 상황 자체를 절망스러워했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결국 국민들은 검찰 조직 전체에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전지성 기자 jks@donga.com
#서울중앙지검#긴급 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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