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일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저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 모든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하자”며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조속한 단일화 협상을 촉구했다.
문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우리가 단일화할 것이라는 원칙, 힘을 합쳐 함께 대선에 임할 것이라는 원칙만큼은 하루빨리 합의해서 국민에게 제시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가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은 후보 등록일(25, 26일) 이후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물론이고 모바일투표를 포함한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포기하고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안 후보는 이날 전북 군산 새만금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개혁 없는 정권교체는 일어나기가 힘들다”며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말하는 정치개혁이 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인적쇄신을 뜻하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안 후보는 2일 “계파를 만들어 계파 이익에 집착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그분들이 책임”이라며 친노 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안 후보는 민주당에 대해선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민주당과 친노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친노에 거부감이 많은 호남 유권자들과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노(비노무현) 세력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5일 전남대 강연에서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의 ‘친노 책임론’에 대해 문 후보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은 4일 “통합형 선대위를 만든 것이 그런 지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며 “변화의 노력을 평가해야지, 총선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당내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문 후보 측에선 이해찬 대표는 스스로 결단하는 형식으로 용퇴하되, 박지원 원내대표는 잔류하는 선에서 매듭짓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친노의 좌장 격인 이 대표가 대선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고, 박 원내대표는 호남 표심 등을 감안해 호남 선거 지원에 집중하는 수준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쇄신하되 단합은 해치지 않는다’는 모양새와 연말 국회 예산심사 등 국회 상황을 두루 고려한 절충이라고 한다. 친노 직계 참모 9인에 이어 이 대표가 용퇴할 경우 친노의 상징적 인물 대부분이 2선으로 후퇴하는 셈이다.
문 후보는 2일 밤 이 대표와 단독 회동한 데 이어 박 원내대표와는 5일 따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4일 중앙선대위 출범식 직전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만나 이 대표 사퇴와 이후 상황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적쇄신을 요구해 온 당내 비주류 그룹은 ‘이해찬 용퇴-박지원 잔류’ 방안에 대해 “지켜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비주류 의원들과 5일 오후 만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중앙선대위 출범식에 손학규 상임고문은 참석하지 않았다.
고양=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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