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정 고위직 인물을 대거 이끌고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5박 6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 등장 이후 방중한 북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그가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는 김정은의 특사로서 김정은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후 6시 1분 중국 국제항공(CA) 122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승용차로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중국 측 인사와 환영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에는 장 부위원장 외에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과 김성남 부부장, 이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김형준 외무성 부상 등 고위급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단은 실무진을 포함해 무려 50명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위원장 일행의 방중 목적은 14일 베이징에서 예정된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북-중)공동지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위한 것. 이 위원회는 장 부위원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위원회는 201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해 설치됐으며 1차 회의는 평양, 2차 회의는 단둥(丹東)과 나선에서 열렸다.
대표단 일정은 14일 회의 이후 15∼16일 동북3성 방문, 17일 다시 베이징으로 와 중국 고위인사 면담, 18일 고려항공 편 귀국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장 부위원장이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 黨국제부장 등 50명 대동… 후진타오-원자바오 만날 듯 ▼
장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고모부로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최고 실세로 떠올라 그의 방중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이번 방중에 앞서 선발대가 오고 대표단의 김성남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인사 접견 때 통역을 맡은
인물이어서 북한 측이 장 부위원장에게 최고 지도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가 단순히 위원회 참석에 그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북-중 간 경제협력 논의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장 부위원장의 방중 시점이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처음인 데다 조중공동지도위원회 3차 회의를 위해 베이징까지 오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장 부위원장의
방중은 또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이 개혁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나왔다. 따라서 개혁
개방 성향의 장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한도 중국식 개혁 개방으로 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장 부위원장의 북한 내 위치와 대표단 구성, 긴 일정을 볼 때 이번
방중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최근 북의 경제개혁 조치 등과 맞물려 개혁조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막대한 자금을 도움받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 부위원장이 고려항공 정기편이나 특별기 대신 중국 민항기를 타고 온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의
실질적 2인자가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방문하면서 중국 민항기를 이용한 것은 파격적 행보다. 그동안 북한 관료들이 지위 고하를
떠나 고려항공만을 이용해 온 것과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긴급한 사정이 있거나 2인자의 용의주도한 계산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한 소식통은 “고려항공이 있는 화요일까지 하루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중국 측에 급히 전달해야 할 사정이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측도 권력교체기로 매우 민감한 시기다. 황금평과 나선지구 개발 협의라는 비교적 한가한 사안으로 북한의 거물급 인사를
수도 베이징에서 맞기에는 어려운 때다. 북한이 급한 사정을 중국 정부에 설명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이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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