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색 지우기’에 黨 차고 나온 昌… 이회창 어제 전격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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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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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이 아직 선진당일 때 떠난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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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사진)가 20일 선진당을 전격 탈당했다. 2008년 2월 자신이 만든 정당을 스스로 박차고 나온 것이어서 선진당의 앞날과 이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이념을 지키고 정직과 신뢰, 법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긍지와 신념으로 자유선진당을 일궈왔다”면서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한 데는 선언문에 언급한 대로 당명 개정을 포함해 당 정체성의 변화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선진당은 4·11총선 참패 이후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명을 바꾸고 보수 성향의 정강 정책을 중도로 옮기는 환골탈태 작업을 추진해 왔다. 29일 전당대회에서 이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참보수’를 기치로 자신이 만든 정당이 허물어지는데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선진당의 정체성이 심대평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을 거치며 많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창당 당시 보수 정체성의 핵심인 ‘자유’를 넣을 것을 확고히 한 만큼 현 당명에 대한 애착도 크다.

당내 주도권 싸움도 한몫했다. 심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선진당 내 ‘이회창 색깔 지우기’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종종 참담한 심경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결과나 총선 불출마 당협위원장에 대한 용퇴 압박을 자신의 측근에 대한 ‘가지치기’라고 봤다. 한 인사는 “탈당했던 사람, 무소속이던 사람을 충청 발전을 위해 받아줬더니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데 대해 매우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4·11총선 전 이미 탈당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총선 참패로 인한 당 수습을 위해 중대 결단을 전당대회 뒤로 미뤘다가 최근 이 위원장이 선진당을 ‘낡은 정당’ 취급하자 결단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1997년 대선에서 경선 불복 뒤 출마해 자신에게 고배를 안긴 이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계은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예상보다 이른 중대 결단에 측근들도 난처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간 강조해온 보수대연합이 선진당을 통해선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당을 떠나긴 하지만 확실한 구상을 세워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측근은 “대선 정국에서 보수대연합을 포함해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고 이르면 6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대권-이인제 당권’ 구도로 수습될 듯이 보였던 선진당의 앞날도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선진당은 2007년 대선 당시 무소속 출마로 얻은 15.1%의 득표율이 바탕이 된 사실상 ‘이회창 당’이었다.

이 전 대표 측근들의 연쇄 탈당 가능성도 높다. 박선영 의원은 다음 주에 탈당한다. 한 충청권 의원은 “대선 정국을 앞두고 탈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11총선 때 국민생각에 참여했던 이신범 이원복 전 의원 등 32명은 이날 선진당 입당을 선언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자유선진당#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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