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포스코 회장에 정준양”… 3주뒤 천신일 “대통령 결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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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이어 千까지 회장선임 개입 의혹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로 세중나모여행 회장인 천신일 씨 관여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 천신일, 여권 핵심 기류도 전달


10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2009년 1월 28일 오후 10시 20분경 천 씨는 당시 윤석만 포스코 사장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포스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포스코 최고경영자(CEO)후보 추천위원회’가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결정하기 하루 전이었다.

윤 사장은 정 사장과 함께 유력한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거론되던 인물.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인사들에 따르면 천 씨는 윤 사장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결재가 정준양으로 났기 때문에 (포스코 회장 자리를) 당신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에게 ‘윤 사장은 박사학위도 받았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박사라고 경영 잘하나’라고 하더라”는 얘기도 했다는 것. 사실상 이 대통령의 뜻이니 승복하라는 요구였다는 것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앞서 천 씨는 1월 12일에도 포스코 회장 선임에 대한 여권 핵심 기류를 윤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씨는 현재 세무조사 무마 등 청탁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 천 씨가 실제 이 대통령과 포스코 회장 선임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 임의로 대통령의 의중을 판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베일 벗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


박 전 차관이 포스코 차기 회장의 주요 후보였던 두 사람을 별도로 만나 후보 면접을 했다는 의혹도 점점 신빙성을 얻고 있다. 당시 박 전 차관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에서 물러난 뒤 특정 직함이 없는 상태였다.

2008년 11월 5일 박 전 차관은 윤 사장을 서울 강남 소재 일식당에서 만나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과 김모 포스코 서울사무소장도 배석했다. 박 전 차관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받은 돈뿐 아니라 다른 자금도 이 회장을 통해 관리해온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주간동아는 836호 기사에서 “이 회장이 운영하는 제이엔테크는 2008년 1월 포스코건설 협력업체로 등록한 뒤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박 전 차관과 친하다는 이유로 포스코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12월 24일 박태준 명예회장 부부와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낮 12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오찬을 하며 차기 회장에 대한 의중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동아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명예회장은 “차기 회장은 윤 사장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12월 31일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도 윤 사장을 불러 “차기 회장으로 당신을 추천할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러나 일주일 후인 2009년 1월 7일 박 전 차관은 이구택 당시 회장과 그의 경기고 동기동창인 장모 씨와 함께 조찬을 하면서 “정 사장을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1월 8일 박 전 차관은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회장이 되었다”고 알려줬고, 이 회장도 윤 사장에게 “정 사장으로 차기 회장이 결정됐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실제 29일 열린 포스코 CEO후보 추천위원회에 정 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일부 사회이사들이 윤 사장도 후보에 올리자고 주장해 둘을 놓고 3차까지 간 투표에서 정 사장이 4 대 2로 윤 사장을 제치고 회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채널A 영상] 천신일, 윤석만에 전화걸어 “정준양씨로 대통령 결재 났다”

○ 왜 정준양인지는 의문

천 씨나 박 전 차관 등이 왜 정 사장을 선택했는지, 이 둘의 인사 개입이 개인 차원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뜻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윤 사장은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박 전 차관은 “정, 윤 사장과 박 명예회장 등을 만난 것은 사실이나 회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구택 회장은 만나지도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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