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가라앉지 않은 朴, 민생투어도 연기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예정됐던 인천 경기 지역 방문을 연기했다. 박 위원장 측은 “다른 일정이 겹치기도 했고 정국 구상도 할 것이 있어서 연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기자들에게 당내 분란 상황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낼 때의 ‘감정의 여진’이 남아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박 위원장의 격노는 이례적이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스타일이고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웬만해선 아예 입을 다물거나 한두 마디를 던질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폭발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총선 때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데 따른 피로가 풀리지 않고, 감기도 낫지 않은 데다 손에 통증도 여전히 느끼는 등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총선 때도 혼자서 전국 유세를 다녔고, 총선 이후 몸 상태가 안 좋은데도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고생하고 있는데 정작 비박(비박근혜)은 대선 경선룰로, 친박(친박근혜)은 내부 권력다툼으로 잡음만 내는 데 대해 진짜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5일 오전 당 안팎에서 나돌던 이른바 ‘친박 지도부 내정설’의 실체를 파악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5월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황우여 대표, 서병수 원내대표’ 등 친박 지도부 내정 리스트가 돌아다니고 있으며, 이에 소장파들이 “전대를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반응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것.

박 위원장의 지시에 참모들은 부랴부랴 진상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쇄신파들에게 “실제 문건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소문을 기초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경환 의원도 “내가 메리어트호텔에서 지도부 라인업을 짜고 했다는데 난 거기 간 적도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은 이를 토대로 박 위원장에게 “리스트 문건은 실체가 없으며 누군가가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있고 이게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A 영상] 박근혜 한마디에 친박 ‘움찔’…‘지도부 내정’ 발언자 색출나서

한 친박 관계자는 26일 “최 의원을 음해하는 일부 친박 의원,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 때 친박을 제거하고 싶어 하는 소장파 일부, 갈등을 부추기는 비박세력과 일부 언론 등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소문을 확산시켰다는 판단에 당 전체에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도 이날 채널A에 출연해 “리스트의 실체가 없는데도 일부 언론이 이를 무책임하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