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도 채 되지 않아… MB선대위 핵심 멤버들 ‘정치무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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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떨어져 야인생활 하는 게 그나마 다행” 자조


이 정도면 거의 정치무상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기세등등하던 ‘MB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멤버들이 5년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각종 의혹에 휘말리거나 정치적으로 좌절하며 흔적마저 사라지고 있다. 4·11총선에서 떨어져 야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들릴 정도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속했던 선대위 최고의사결정기구 ‘6인 회의’ 멤버의 절반은 모진 시련을 겪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임기 도중 물러나는 불명예를 감내해야 했고,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7억 원 차명계좌 의혹 등으로 떠밀리듯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계를 은퇴했다. 이 대통령을 제외하고 6인 회의 멤버 중 정치적으로 그나마 살아남은 이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유일하다. 공식 선대위 멤버는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대학 친구로 선대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등 청탁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6인 회의가 MB 선대위의 머리였다면 ‘허리’에 해당한 주요 팀장들의 운명도 어둡기는 마찬가지. 선대위 후보메시지팀장으로 이 대통령의 각종 정치적 표현을 실무 관리했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구속됐다. 선대위 네트워크팀장으로 정치권 밖에서 이 대통령 지지세력을 끌어 모았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최시중 전 위원장처럼 ‘파이시티’ 개발사업 관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MB노믹스 디자이너’로 통한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정도가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 중인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곽 위원장은 24일 일부 언론에서 CJ그룹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고가의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보도자료를 내고 강력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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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 공동대변인이었던 박형준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나경원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아예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무소속 출마해 참패한 박 전 수석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와 평상심도 찾고 그동안 못 봤던 책도 보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선대위 공보특보 출신으로 정권 초반 ‘MB의 입’으로 활약했던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총선 낙천 후 주로 지인들과 산행을 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4·11총선#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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