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D-3]서울시 ‘시위대 텐트 철거’ 나몰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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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정상 의전행렬 지나가는 도로앞 서울광장선 지금…

경찰이 22일 서울광장을 점거 중인 시위대의 텐트 및 천막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며 휘발유나 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찾아내 수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찰이 22일 서울광장을 점거 중인 시위대의 텐트 및 천막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며 휘발유나 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찾아내 수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와 경찰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서울광장을 점거한 시위대의 텐트가 방치되고 있다. 경찰은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경호 안전을 이유로 텐트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위대의 광장 사용 신청을 수리한 서울시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섣불리 철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광장에는 ‘대학생 사람연대’(12개)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비없세·22개)가 텐트 34개를 설치하고 점거(Occupy)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비없세’는 12일부터 사용 신청 없이 광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26, 27일 예정된 정상회의 기간에 국내외 VIP의 의전행렬이 서울광장 앞 도로를 지난다. 이 때문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광장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시위대 측에 가스통과 방송장비 등 경호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물건을 자체 철거하도록 요청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8시경 3개 중대 병력(24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미신고 집회를 이어온 비없세 측에 해산을 요청하며 이들의 텐트를 철거하려 했지만 시위대의 저항에 부닥쳐 11시경 물러났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위자 2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현행법상 경찰이 경호안전구역 내 집회를 제한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텐트 강제 철거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번 텐트 점거가 (경찰 주관인) ‘집회·시위’ 성격보다 (서울시 주관인) ‘서울광장 사용’ 성격을 띠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광장 사용 신청과 집회 신고를 마쳐 텐트를 강제 철거할 근거가 없다”며 “비없세 측은 광장을 신고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집회나 시위가 아니어서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서울시가 미신고 불법 텐트에 과태료를 물리거나 철거 명령을 내리는 등 적극적 행정처분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뒷짐을 지면서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상회의와 관계없이 이미 사용 신청을 마친 대학생들의 점거 시위는 계속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강제 철거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없세 측에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접수는 물론이고 대화조차 거부당했다”며 “12일부터 하루 5만 원꼴로 쌓이고 있는 비없세 측의 과태료도 대표자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해 부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불법 시위가 격화되면 텐트가 강제 철거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경찰이 할 일”이라고 했다.

대학생 사람연대는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광장 동편의 사용 신청을 마치고 사용료 300만 원도 납부한 상태다. 대학생들은 “합법적인 점거인 만큼 경찰의 철거 시도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 비없세 측은 “시에서 과태료를 내라면 내겠지만, 돈도 없는 데다 (서울시가)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강제 철거가 두려웠다면 애초에 노숙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서울광장#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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