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가산점 부여한 당내 경선 효력 무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공천은 유효… 탈락후보도 탈당후 출마 가능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일 특정 후보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당내 경선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탈락 후보가 불복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4·11총선을 20일 앞두고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당내 경선에 참여한 여성이나 정치신인 등에게 다양한 가산점을 부여한 만큼 경선 결과의 효력을 두고 각종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후보 등록(22, 23일)에 앞서 가산점 때문에 당내 경선에서 패한 후보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날 중앙선관위에 “당내 경선에서 가산점을 부여해 최다득표자를 당의 후보로 선출한 경우 탈락한 후보가 다른 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투표나 여론조사 외에 다른 평가요소를 혼합해 실시한 당내 경선은 효력이 없다”고 답했다. 가산점을 부여한 경선의 효력은 없다는 얘기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상당수 후보가 다른 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게 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 패배자는 해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이인제법’이다.
▼ 선관위 “가산점 취지 좋지만 선거인단 의사 왜곡 가능성” ▼

새누리당은 전체 지역구 246곳 중 47곳에서 여론조사 또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면서 “낙천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막기 위한 것도 경선을 실시하는 이유”라고 밝혔지만 ‘가산점 경선’이 무효가 되면서 무소속 출마를 막을 방법이 없게 됐다.

당장 이날 심학봉 전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에게 경선에서 패한 새누리당 김성조 의원(경북 구미갑)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 측은 심 전 단장이 이공계 가산점 20%를 받지 않았다면 경선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도 조배숙(전북 익산을), 박우순 의원(강원 원주갑)이 여성 신인 가산점 20% 제도 때문에 역전패했다. 조 의원은 모바일과 현장 투표에서 5977표를 얻어 전정희 후보(5700표)를 앞섰지만 20% 가산점을 받은 전 후보의 최종 득표수가 6840표로 계산돼 낙천했다.

‘가산점 경선’이 무효라고 해서 공천 결과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하든 그것은 정당의 자유”라며 “다만 ‘가산점 경선’ 결과에 불복해 출마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게 이번 결정의 의미”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법을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57조 2항에선 당내 경선에 ‘서면합의에 따른 여론조사’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다른 평가요소를 모두 배제한 일반 경선이나 여론조사만이 당내 경선이라는 게 선관위 해석이다.

하지만 ‘가산점 경선’이 인정되지 않으면 정치 신인이나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정당의 가산점 도입 취지는 좋지만 자칫 선거인단의 직접적 의사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가적 평가방법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공명선거 동참을 당부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및 선거운동 금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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