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총선 공천기준 ‘도덕성보다 정체성’

  • 동아일보

민주통합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11총선 공천심사 기준을 확정했다. 핵심은 국민경선 양자대결과 정체성 평가 강화다.

국민경선 양자대결 원칙은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 여러 명을 동시에 올려놓고 국민경선을 하면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양자대결은 공천심사위원회가 지역구별 신청자에 대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국민경선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호남권 현역 의원과 유력 후보들에게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성 평가는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서류심사(총 50점)에서 △기여도 △의정·사회활동 △도덕성 항목은 각각 10점인데 정체성 항목에는 20점을 배정했다. 재벌 개혁, 보편적 복지 등 당의 핵심 정체성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후보 적합도 및 경쟁력 평가는 18대에 비해 10점 낮은 30점이 배정됐다. 이전에는 단순 지지도나 후보 적합도를 물었지만 이번에는 개인 지지율과 당 지지율 격차, 당내 후보 간 경쟁력, 상대 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 등을 담은 경쟁력종합지수를 개발해 측정할 계획이다. 인지도가 낮은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 ‘핸디캡 경쟁력’ 항목도 도입해 정치 신인을 배려했다. 현역 의원에 대해서는 정당 사상 처음으로 동료 의원 간 다면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덕성 기준은 4년 전보다 완화됐다. 뇌물, 횡령, 정치 자금, 성 범죄, 주가 조작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심사에서 배제하기로 했지만 공심위가 그 사유를 인정할 때에는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공천심사를 위한 당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름이 포함된 경력을 후보 소개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임의적 또는 한시적이거나 설립 1년 미만인 기구나 단체의 경력’을 경력으로 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 캠프에 있던 후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공천 신청자 713명이 2개씩 적어낸 자신의 경력 중 ‘박원순’ 관련 항목을 적은 후보는 26명으로 노무현(131명), 김대중(29명)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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