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창랑자취… 모든 책임 내가 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잘못된 관행 뼈저리게 반성”
의장 사퇴서… 16일 처리될 듯

“죄송합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다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죄송합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다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국회에 나와 사퇴서를 제출했다. 박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직접 사과한 후 국회를 떠났다.

박 의장의 사퇴서는 이르면 1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해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전대 당시 자신의 경선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어부편에 있는 ‘창랑자취(滄浪自取·칭찬이나 비난 모두 자기가 할 탓이라는 뜻)’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느냐. 모든 것은 제 탓이다”라고 자책했다.

박 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전당대회는 일종의 집안잔치 분위기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많은 사람을 한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바뀌었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런 것이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고칠 제도는 고치고 개정할 법은 개정해 깨끗하고 한 점 오염되지 않은 정치풍토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 안팎에선 이번 사건에 대한 박 의장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일 채널A를 통해 고승덕 의원이 돈봉투 의혹을 처음 제기했지만 박 의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예정된 해외 순방을 떠났다.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에서까지 의장직 사퇴 요구가 나왔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과 측근들에게 좁혀 온 후에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의장은 13일 ‘지난달 18일 귀국 당시엔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시 한 번 “그때는 솔직히 몰랐다.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 이후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고, 그래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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