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탈락땐 불출마” 서약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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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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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시 행보 자필기재 요구… 물갈이 의원들 ‘딴마음’ 차단
교체 거론 중진들 좌불안석

새누리당이 공천신청자들에게 공천 탈락 시 탈당해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향후 행보를 자필로 적도록 의무화했다. 다른 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가뜩이나 힘든 4·11총선 구도에서 보수 표가 갈라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고육책이다. 6일 시작된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은 10일까지다.

5일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 서식에 따르면 공천신청자는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탈당하거나 당적을 옮겨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특히 이 서약서의 하단에는 ‘본인이 낙천할 경우 행보를 포함해 본인의 각오를 자필로 적어 달라’고 돼 있다. 과거 공천신청 때도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지만 ‘낙천 시 행보’를 자필로 쓰라고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공천 탈락자가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법에서는 당내 경선에 참여했다가 낙선한 때에만 해당 선거구에 출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경선에 참여하기 전 탈락하거나 경선을 거부한 후보자가 탈당하거나 독자적으로 출마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공천신청 때 자신이 직접 쓴 자필 서약은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정치적으로 출마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공천신청자가 ‘공천에서 탈락해도 새누리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낙천 시 행보’ 자필 기재는 새누리당 정홍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자필 서약서, 법적 구속력 없어도 약속 어길땐 ‘족쇄’ ▼

당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지역 내 조직이 탄탄한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대대적 물갈이의 주 표적이 될 중진의원들이 지역 내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란 얘기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 신청 서류에는 중진의원들에게 낯선 서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계정 제출서’다. 이를 작성하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필수고 미투데이 등 국내 SNS도 활용해야 한다.

‘낙천 시 자필 행보’ 기재 등은 권영세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진의원들의 자진 용퇴가 너무 없다”고 성토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진의원들의 지역구는 대부분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비교적 강한 곳인 만큼 이들 지역에서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8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5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특임장관에 내정된 3선의 고흥길 의원을 포함하면 6명이다. 새누리당 3선 이상 39명 중 33명이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중진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일각에선 새 서약서가 ‘중진 학살용’이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당내 경쟁자는 없지만 야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나서려고 한다”며 “공천 신청을 하려 해도 당에서 야권의 움직임을 빌미로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면 나만 우스워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진의원 상당수가 마지막까지 눈치를 살피다가 공천신청 마감일에 대거 신청서를 낼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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