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李대통령 “대통령으로서 내 역할 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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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 국회면담..한미FTA 협조 당부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오후 3시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를 면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본청 정현문 앞에 마중나온 박 의장에게 "날씨가 따뜻해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어젯밤 늦게 도착했고 (오늘) 회의를 끝내고 왔다"며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박 의장의 안내로 중앙홀을 거쳐 3층에 마련된 제1접견실에 들어서면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와 차례로 악수했다.

특히 한미FTA 비준에 반대하는 손 대표에게 "아이구, 자주 보네요"라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은 2008년 2월25일 취임식, 그 해 7월11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한 방문 등에 이어 다섯번째이다.

이 대통령과 박 의장, 여야 지도부는 포토 세션을 거쳐 면담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박 의장은 인사말에서 "바쁜데도 불구하고 국회를 찾아줘 감사하다"며 "한미FTA를 속시원하게 국민에게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 대통령에게까지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왔으니 좀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길이 있지 않겠느냐"며 "때는 가을이지만 봄같은 따뜻한 온기에서 꽃이 피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에 참석한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호명하면서 "모여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고맙다"고 한 뒤 여야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의 (협상) 노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러 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부탁을 하면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의장 입회하에 부탁을 드리고 싶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역할을 하겠다는 심정을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 대통령에 이어 홍준표 대표는 "한미FTA가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짤막하게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단호한 어조로 준비한 말들을 차곡차곡 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온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말문을 연 손 대표는 "또 온다는데 저희가 안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실제 마음은 좀 착잡한 게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게 야당에 대한 압박, FTA를 일방 처리하기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저희가 안나올 수도 없다. 야당 대표가 안나와도 대통령이 기다리겠다는데…"라는 손 대표의 말에 이 대통령은 웃으며 "나는 그런 얘기 한 적이 없는데…"라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손 대표는 "저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양국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10+2' 중 최소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해야…"라며 주장을 이어가려 했지만, 손 대표의 발언이 길어지자 청와대측이 발언 시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풀 기자들을 모두 내보내며 비공개 면담으로 전환하는 등 `신경전'도 연출됐다.

이 때가 오후 3시20분. 이때부터 제1접견실에서는 이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대변인,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최금락 홍보수석,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한미FTA 해법을 논의하는 비공개 면담이 진행됐다. 그리고 접견실의 문은 1시간 만인 오후 4시21분 열렸다.

이 대통령은 중앙홀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회의) 시간이 길게 됐다"며 예상외로 장시간 여야 지도부와 진중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중앙홀이 끝나는 계단 앞에서 박 의장과 악수를 나눴고, 박 의장은 "고맙습니다"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본청 앞에서 차에 오르기 직전 자신을 배웅한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에게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떠난 뒤 여야 지도부도 차례로 접견실을 나섰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대표가 회동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빈손인줄 알았는데 ISD에 대해 파격적 말을 하고 갔다"고 전하면서 한미FTA 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전기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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