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서 미국 국익을 옹호한다고 한국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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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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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임하는 성 김 주한美대사 인터뷰

“어머니는 내가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되고 나서 반년 동안 너무 행복해 눈물을 계속 흘리셨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입니다. 수차례 나에게 ‘중요한 책임을 맡았으니까 열심히 일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정책적인 문제보다는 내가 뭘 먹고 다니는지 더 걱정이십니다. 내가 잘 먹고, 건강을 유지하고, 술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3일 국무부 선서식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성 김 주한 미대사(사진)는 다음 날인 4일 국무부 청사에서 워싱턴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활짝 웃었다. 김 대사는 한국어에도 능통하지만 이날 인터뷰는 통역을 쓰면서 영어로 답변했다.

그는 “미국에 사는 교포로서, 그리고 외교관으로서 내가 태어나고 처음 사랑했던 나라, 대한민국에 미국의 대사로 돌아가게 돼 큰 영광이다”라며 “한미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을 대리해 일하면서 한미 관계에 정책지침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두 딸을 언급하며 “(아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유산을 알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두 딸에게 한국과 한국어를 가르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에 가면 젊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대학도 가급적 많이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대사로서 한국 국민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며 “가능하면 젊은층과 학생, 나아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분과 교류할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접촉 방식에 대해 “대학을 방문하고 대사관저로 여러분을 초청해 비공식 모임을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가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활용한 것을 거울삼아 자신도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어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 김 대사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공식 대화를 한국어로 잘하는 것과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대화를 한국어로 하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주한 미대사 보직의 중요성이나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내가 하는 말이 정확하게 나갈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한국어를 잘한다고 뽐내려다 공식 자리에서 실수를 하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이날 질문 내용 가운데 ‘좌절’ 같은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정치인이나 비정부기구 인사 및 학생들과 만나는 비공식석상에선 가급적 한국어를 쓰겠지만 상황이 적절할 때 한국말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사 임기가 끝날 무렵에는 한국말이 ‘일취월장’해서 모든 말을 한국어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출신 주한 미대사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해충돌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대사는 “주한 미대사로 일한다는 것은 미국 대통령을 대리해 미국 정부의 견해를 주창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약간의 의견 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상호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미국 국익을 옹호한다고 해서 한국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국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한미동맹은 세계적인 최고의 동맹이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경제 관계까지 격상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0일 부임하는 김 대사는 두 딸의 학기가 한국과 맞지 많아 부득이 내년 1월 초까지 홀로 지낼 예정이다.

“10일 한국에 갈 때 아내와 두 딸도 함께 가 이틀 정도 내가 서울에 정착하는 것을 도와주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계획입니다. 내년 1월 초에는 모두 서울에서 만날 것입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오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가 ‘기러기 아빠’를 한국말로 또렷하게 하자 간담회장엔 웃음꽃이 피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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