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등록 박원순, 무소속 출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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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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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땐 지지층 이탈 우려… 조직보다 바람 선택
“안철수 격려 e메일 한번 받아”

서울시의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시의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의 ‘조직’보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상징되는 ‘바람’을 선택했다. 박 후보는 예상대로 7일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다.

박 후보는 3일 야권 통합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제도권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면서도 “후보 등록까지 고민할 것”이라며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무소속으로 나서는 게 더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는 무엇보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안철수 돌풍’으로 상징되는 유권자들의 정당정치 혐오 현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재단 등 각종 시민단체 활동으로 쌓은 ‘정치적 순수성’이 가장 큰 자산인 박 후보가 민주당이라는 기성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지지층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는 것. 박 후보의 주력 지지층인 시민사회 진영의 탈(脫)정치화 요구도 거셌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이 지금의 정치, 지금의 서울은 안 된다며 과거 정치 시스템의 변화를 바라는 갈망이 있다. 그런 요구가 저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 문화의 판을 바꾸겠다며 이날 회견에서 선거운동 방식으로 ‘노마드(유목민) 선거’를 제시한 것도 경선 과정에서 입증된 SNS의 위력을 최대한 활용해 기성 정치의 문법과 틀을 깨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지층 확장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민주당 밖에 계속 있어야 ‘안철수 돌풍’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무당파와 중도층을 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결국 누가 중도층을 많이 껴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박 후보는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서울시의회 방문에서 “민주당이 가는 길에 서서 디딤돌이 되겠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 오니) 친정에 오는 기분” 등 민주당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박 후보의 방문을 받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등은 “박 후보가 정신적으로 민주당원임을 선언할 수 있느냐” “시장 되고 딴살림을 차리지 말아 달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마음속의 시장 후보”라며 박 후보를 몰아세웠다. 한 시 의원은 ‘박, 박원순 후보님. 원, 원하는 시장 열심히 돕겠다, 다만 시장 되면. 순, 순전히 우리 민주당 덕분’이라며 ‘박원순’으로 삼행시를 지으며 압박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다소 머쓱해하며 “시장이 된다고 해도 절대 딴살림을 차리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후 TV 인터뷰에서 “야권 통합 경선에서 이기고 난 다음 경과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게 e메일을 보냈는데 (그 뒤) 위로하고 격려하는 e메일을 한 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의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선 “도와달라고 말할 염치가 아직은 없다. 앞으로 선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경과를 한 번 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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