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실타래’ 손학규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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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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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공석도, 與단독처리 비난도 원치않아” 표결 독려임명동의안 국회 통과

“어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

21일 오전 11시 50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시작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선 술렁거림이 흘러나왔다.

“의회민주주의를 제자리에 올려놓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 공석이 되는 사태를 원하지 않으며, 집권 여당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해 국민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정치를 만들고 싶지 않다.” 손 대표가 당초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불참을 검토했던 민주당의 참석 배경을 설명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민주당 의원들도 불만이 많겠지만 사법부 수장을 축복 속에 임명하도록 해주자. 손가락질과 불신과 외면을 당하는 정치를 우리가 다시 살려내자”는 말로 3분간의 발언을 마치자 한나라당 의석에선 “잘했어!”란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18대 국회 들어 당 대표가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사법부의 새 수장인 양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21일 통과된 데에는 손 대표의 결단이 있었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도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의 동시처리를 요구하며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본회의 직전 조건 없이 참석해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여야 의원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진 임명동의안은 재석의원 245명 가운데 찬성 227명, 반대 17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 손학규 “조용환 표결땐 與가 협조를” ▼
황우여 “민주당에 경의”


웃으며 한 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앞줄 오른쪽)가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웃으며 한 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앞줄 오른쪽)가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해머, 공중부양 등 여러 차례의 폭력 사태로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쓴 18대 국회에선 대단히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이에 따라 24일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사법부 수장의 부재로 업무 공백이 있을 거란 우려도 사라졌다.

본회의에 앞서 오전 9시 반부터 2시간 10분간 계속된 긴급 의원총회에서만 해도 민주당은 본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찬반토론에 나선 16명의 의원은 8 대 8로 찬반이 나뉘었다.

본회의 개회 시간(오전 10시)이 1시간이 지나서도 절충점을 찾지 못하자 손 대표는 “솔로몬 왕 앞에 자식을 내놓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하자”며 본회의 참석을 밀어붙였다.

오전 11시 50분 박희태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자 손 대표는 “헌법재판관에 야당 추천 몫을 배정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중요한 골간이며 사회적 약자, 소수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오늘 조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 통과가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 달라”고 조 후보자 선출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법원장 동의안 처리에 뜻을 같이해 준 민주당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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