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모두를 충청권 인사들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과거 당의 약세 지역을 배려해 호남과 충청 출신 1명씩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내세워 온 것과 전혀 다른 카드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 승리의 비책으로 ‘충청권 올인(다걸기)’ 플랜을 물밑에서 세우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비관적 전망이 잇따른다고 해서 이 지역에 당력을 집중하기보다는 충청권을 공략해야 한다는 ‘역발상’ 전략이다.
○ 충청권 올인+영남 결집=총선 승리?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6일 “충청권에 당력을 집중해 충청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 전제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큰 어려움을 겪지만 이런 위기의식을 ‘영남권 결집’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홍준표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내년 총선의 최소 방어선은 120석이다. 그러나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면 140석까지 가능하다”(14일 관훈클럽 토론회)고 전망했다.
‘140석 승리’를 위한 주요 방책 중 하나가 충청권 올인 플랜이다. 충청권 의석은 대전 6, 충북 8, 충남 10석으로 전체 24석인데 한나라당이 이 가운데 12석(현재 3석) 이상을 차지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긍정적 전망을 할 수 있는 요인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몰아준 점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충청권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대전·충청(55.9%)에서 텃밭인 대구·경북(TK·56.8%)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3월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를 받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충청권에서 60%대의 지지도를 기록해 TK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이 계획은 충청권에서 12석 이상을 획득하는 데 끝나지 않는다. 충청권에 당력을 집중하면 수도권에서의 이반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심화되는 수도권 위기론을 영남권 결집론으로 연결시키면 극복할 수 있다는 전략이 남아 있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 위기론은 한나라당의 본산인 TK뿐 아니라 흔들리고 있는 PK까지 결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은 “수도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일부 PK 인사들은 “TK와 PK의 단합이 충청권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계획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아 보인다.
○ 지명직 최고위원 홍문표 정우택 유력
이런 플랜은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이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홍 대표는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 이완구 전 충남지사, 강창희 전 의원 등을 검토 중인데 이들은 모두 충청 출신이다. 이 가운데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홍 사장과 친박(친박근혜)계의 정 전 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홍 대표 측은 홍 사장 한 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한 명은 친박계와 상의해 호남과 경남의 친박 인사 중에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친박계로선 호남과 경남의 원외 친박 인사가 드물 뿐 아니라 “충청권 최고위원 지명권을 홍 대표에게 내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와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PK와 호남 소외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아 막판에 인선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홍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안을 논의한 뒤 바로 임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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