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 난사 4명 사망]사건 발생 시각과 최초 신고 시각 최소 8분 시간차… 軍 실수?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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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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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11시 50분경 사건 발생”… 소방본부엔 11시 42분 구조요청

숨진 병사들 실은 구급차 4일 낮 인천 강화군 해병 2사단 해안경계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숨진 병사들의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강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숨진 병사들 실은 구급차 4일 낮 인천 강화군 해병 2사단 해안경계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숨진 병사들의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강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일 발생한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과 관련해 당국이 발표한 사건 발생 시각과 최초 신고 시각이 달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브리핑에서 “4일 오전 11시 50분경 강화도 해병 2사단 예하 해안경계 소초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천소방본부의 사건 신고기록을 확인한 결과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전 11시 42분 02초였다. 신고자의 휴대전화 번호는 ‘010-5XXX-3XXX’였으며 “선두4리 군부대 초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소방본부는 이후 11시 44분 37초에 강화소방서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지령을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낮 12시 15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결국 군 당국이 발표한 사건 발생 시각과 최초 신고 접수 시각 사이에는 8분가량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초 단위까지 정확히 기록하는 군 업무의 특성상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군은 지난해 3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에도 사고 발생 시각을 놓고 혼선을 빚어 국민의 불신을 사기도 했다.

해병대는 또 이날 사건을 브리핑하면서 “아직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아 사건의 실체를 숨기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해병대는 한국군의 최정예 부대로 ‘귀신 잡는 해병’으로 불렸지만 최근 각종 사건 사고가 빈발하면서 ‘사고뭉치 해병’이라는 오명과 함께 군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올해 5월 말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중장)을 음해한 혐의로 해병2사단장 박모 소장과 전직 해병대 부사령관 홍모 소장이 잇달아 구속 수감돼 물의를 빚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서해 백령도의 해병 6여단 소속 이모 상병이 부대 순찰 중 자신이 갖고 있던 K-2 소총 실탄에 머리 관통상을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같은 달 17일엔 인천 교동도의 대공감시 초소에서 근무하던 해병대 초병 2명이 인근 상공을 지나던 아시아나항공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해 99발의 실탄과 예광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었으며, 성추행과 구타, 가혹행위도 잇따라 터졌다.

이번 총기 사건에서도 부실한 총기 관리 등 기강이 느슨해진 흔적이 발견된다. 해병대는 김 상병이 이날 오전 10시 소초 상황실에 들어가 몰래 총기와 실탄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실의 총기와 탄약 보관함은 평소 관리조장과 병사가 자물쇠를 채워 근무자에게만 불출하도록 돼 있는데 이날 근무자도 아닌 김 상병이 몰래 절취한 것은 사고 부대의 총기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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