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검찰총장의 딜레마

  • Array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사퇴하자니… ‘만류하는 李대통령에 항명’ 비칠수도
그냥 있자니… “수사권 파동 책임져야” 반발 부담

4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후배 검사들의 집단 사의 표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김준규 검찰총장(사진)이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제4차 세계검찰총장회의가 폐막한 다음 날인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대검찰청에서 기획관급 이상 간부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일선 지검의 분위기 등을 보고받은 뒤 간부들의 의견을 일일이 물었다.

이 자리에서 상당수 간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안이 국회에서 뒤집힌 것에 대해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의 퇴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내부 반발을 전한 셈이다. 반면 일부 간부는 “이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사퇴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실리론’을 내세워 사퇴를 만류했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세부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형소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김 총장은 곧바로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밝히고 오후에 입장 자료를 통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더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이 세계 각국의 검찰총장을 모두 초청한 자리에서 ‘집안싸움’을 벌이는 망신을 우려해 사퇴를 미뤘을 뿐”이라며 “총장도 후배 검사장들의 사표를 반려하고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자신이 몸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김 총장의 사퇴를 만류했고 청와대도 “임기를 채우라”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 총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2일 아프리카 3개국으로 순방을 떠난 상황에서 2년 가까이 검찰을 이끌어온 수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퇴임해 버리면 자칫 ‘항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반발해온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돼 검찰에 대한 불신이 표면화한 상태에서 김 총장이 사퇴해 또 한 번의 파문을 일으키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4일 오후 2시 반 대검에서는 확대간부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가 김 총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이자 사실상의 퇴임식이 될지, 아니면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한 비상회의가 될지 주목된다.
방한 캄보디아 검찰총장에 ‘캄코시티’ 수사협조 요청


한편 김 검찰총장은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추온 챈타 캄보디아 검찰총장과 양자회담을 갖고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추진한 캄보디아 캄코시티 개발사업에 대한 수사와 은닉자금 환수를 위한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3일 대검찰청이 밝혔다. 투자된 부산저축은행 대출금이 적정하게 사용됐는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